"보험사 약관 따라 지급해야…소멸시효 거론, 본질 흐려"

주승용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쟁점을 보험사 귀책사유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주승용 의원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방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선두에 섰다. 주승용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내 생명보험사가 보험가입자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보험사에 책임이 있는 경우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를 유보하는 내용이다.

5일 주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살보험금 관련 법안 발의 취지를 들었다. 그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 쟁점이 '보험사 귀책사유'에서 '소멸시효 논란'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생보사에 자살보험금을 약관에 명시된 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생보사는 대법 판결 후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액수만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 지급 문제는 대법원 판결을 듣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멸시효에 걸려 생보사가 '내지 않아도 될 돈'이 된 자살보험금 액수는 전체 미지급 금액 중 78%에 달한다. 주 의원은 생보사가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생보사가 애초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관과 다르게 고의로 주계약과 특약에 기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일부만 지급한다는 생보사 주장은 쟁점을 피해가려는 의도라고 봤다.

주 의원은 "보험사들은 현행법에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3년(2015년 3월 11일 이전에는 2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이유로 소멸시효가 완성돼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소멸시효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보험사에 책임이 있는 사유로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받지 못한 기간에는 소멸시효의 진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금 청구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려고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상법 제662조에 따르면 보험금은 보험사고 발생 시점에서 2년(현재는 3년)내 청구하지 않으면 시효의 완성으로 청구권이 소멸한다. 하지만 주 의원에 따르면 이번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의 본질은 보험사 귀책사유에 있다. 보험사가 애초 약관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멸시효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주 의원은 "보험사들이 현행법에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3년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이유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보험금과 관련된 분쟁이 일어날 경우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분쟁 대상인 권리 소멸시효가 진행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혼란스럽다"며 보험금 소멸시효 관련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주 의원은 "지난 5월 12일 대법원은 생명보험사에게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약 2년을 끌어온 자살보험금이 대법원의 지급 판결로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며 "하지만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이 같은 대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를 내세워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약속한 보험금은 반드시 정당하게 지급돼야 하는데 보험사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이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2014년 ING생명을 비롯해 국내 14개 생명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논란이 발생했다"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당시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는 1조원이 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ING생명 유형만 2465억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미지급된 자살보험금 규모는 14개 보험사에 모두 1886억원이다. 미지급에 따른 지연이자를 합하면 2465억원으로 불어난다. 이 중 소멸시효를 넘긴 보험금은 2003억원(78%)이다. 하지만 이 금액은 보험사가 금감원에 특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보험 계약만 보고한 액수다. 특히 보험 종류에 따라 특약뿐만 아니라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경우가 있어 자살보험금 액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소멸시효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봤다. 보험사의 귀책 사유로 보험금 전부나 일부를 지급받지 못한 기간에도 소멸시효 진행이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작금의 자살보험금 사태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 2년이 지나 소멸시효를 다투는 사안과 다르다고 봤다. 정당하게 청구된 사망보험금이기 때문이다. 약관에 적힌 대로 일부만 지급된 채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보험금 지급 소멸시효 관련해) 보험사에 책임 사유가 있으면 소멸시효가 문제되지 않게 상법을 개정해 보험금 청구권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6월 27일부터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대해 자살보험금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현장검사에선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를 다시 파악하고 지연이자 계산이 적정했는지 조사를 진행했다. 한화·알리안츠·KDB생명 등이 후속 검사 대상으로 꼽힌다.

현재 14개 생명보험사 중 ING·신한·PCA 등 7개사가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했다. 삼성·교보·한화 등 생명보험 빅3를 비롯해 알리안츠·동부·KDB·현대라이프 등 7개사는 지급 결정을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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