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엔터‧광고 울상, 되레 영화업계는 안도…시차와 냉랭한 사회분위기 영향

2016리우하계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 리허설에서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 사진=뉴스1

 

리우올림픽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잠잠하다 못해 고요하다. 이 때문에 업계 희비도 예전과 달라진 모양새다. 올림픽 특수를 누리던 유통업계와 엔터산업계, 광고업계는 울상이다. 글로벌 이벤트에 타격 받던 영화업계와 국내 프로스포츠는 되레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12시간의 시차와 달라진 사회 분위기가 결합해 ‘고요한 올림픽’ 현상을 낳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에 본격 돌입했다. G마켓은 22일까지 쿠폰, 치킨반값 혜택을 제공하는 쌈바축제 이벤트를 연다. 또 올림픽 공식 후원사 P&G와 함께 국내 선수의 금메달 획득 여부에 따라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한정판 세트도 선보이기로 했다. 시차를 고려해 밤 8시에서 12시 사이에 받는 심야쿠폰도 발행한다. 옥션도 삼성전자, P&G, 존슨앤드존슨, 맥도날드와 제휴 프로모션에 나선다.

배달앱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의 대표적 수혜주다.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마케팅 이사는 “​​배달음식과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배달의민족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행사나 국가대표 경기 때 특히 배달 주문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올림픽때 외식 프랜차이즈와 공동할인 마케팅에 나선다. 오는 21일까지 놀부보쌈, BHC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BBQ치킨, 멕시카나치킨과 손을 잡기로 했다. 최소 3000원에서 최대 1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시차 탓에 호응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리우와 서울의 시차는 12시간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 수혜주로 꼽히던 편의점업계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축구가 메인 게임인데, 이조차도 아침이나 새벽에 하니까 마케팅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유통 뿐 아니라 은행조차도 마케팅을 안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도 “너무 시차가 커서 예전만큼의 붐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증권가 판단도 다르지 않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림픽 수혜를 받으려면 경기 시간이 국민들이 볼 수 있는 저녁일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된다”며 “이전 브라질 월드컵 때도 한국경기가 새벽에 있었고 성적도 좋지 않아 산업 매출 증가는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조건이 많아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앞선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올림픽 기념이라는 말조차 쓸 수 없어서 마케팅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G마켓과 옥션을 통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한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일단 지난 올림픽과 비슷한 사이즈로 준비는 했다”면서도 “금지된 단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다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계 분위기도 달라진 모양새다. 지난 올림픽 당시에는 방송사 예능국이 분위기를 달궜다. MBC 인기예능 무한도전은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런던올림픽에서도 특집을 준비했었다. 다만 노조 파업 여파로 이 특집은 무산됐다. 올림픽 이후에는 SBS 힐링캠프, KBS 해피투게더 등이 금메달리스트 등을 섭외해 분위기를 이어갔다. 올해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이 리우올림픽 선전기원 특집을 선보이는 정도가 전부다.
 

2016 리우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사 삼성전자가 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파크에서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 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 개관식을 진행했다. / 사진=뉴스1, 삼성전자

올림픽 특수를 누리던 광고업계도 울상이다. 시차 탓에 TV 광고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대연 TBWA KOREA 미디어플래닝팀 수석국장은 ‘2016년 광고시장 전망 및 효율적인 미디어전략’을 통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빅이벤트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며 “특히 리우올림픽은 시차의 극복이라는 숙제까지 남게 돼 이를 통한 광고비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사실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일기획은 돌파구를 찾은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올림픽 기간에 맞춰 갤럭시노트7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직후 공식 출시하는 갤럭시노트7을 올림픽 메인스폰서 자격으로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약 1만2500대의 ‘갤럭시S7엣지 올림픽 에디션’과 코드프리 이어버드 ‘기어아이콘X’를 참가 선수 전원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고요한 올림픽 탓에 ‘주식특수’ 역시 미미한 모양새다. 이전 올림픽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관련 기업들 주가가 개막에 맞춰 올랐었다.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면 TV 교체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주가는 각각 7.5%, 6.8%, 9.8% 상승했다.

하지만 개막을 하루 앞둔 현재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다. 지난달 26일 5만4400원에서 다음날 5만6200원으로 올랐던 LG전자 주가는 5일 현재 5만3200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수혜주로 꼽히던 GS리테일 주가도 같은 기간 5만3630원에서 4만8800원으로 큰 폭으로 내려 앉았다. 하이트진로 주가 역시 내리막이다. 갤럭시노트7 효과를 등에 업은 삼성전자만 올림픽과 별개로 상승폭을 키웠다.

되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업계도 있다. 한 영화제작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는 블록버스터도 개봉시점을 피해가곤 했는데 이번엔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눈치”라고 전했다. 실제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CJ E&M이 배급한 ‘인천상륙작전’은 개봉 9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 영화 ‘베테랑’과 같은 속도다. ‘변호인’과 ‘국제시장’ 속도는 이미 앞질렀다. 또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 ‘터널’도 올림픽 한복판인 10일에 개봉할 계획이다. 방학을 맞아 성수기를 맞이한 프로야구도 이번만큼은 유탄을 피해갈 전망이다.

왜 유독 이번 올림픽은 고요할까? 달라진 사회 분위기가 이같은 현상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시차 영향이 있었지만 지금보다 열기는 뜨거웠기 때문이다.

장민지 대중문화평론가(연세대 영상학 박사)는 “대중문화상품은 수용자 반응을 통해 효과를 내는 거다. 과거에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열광이 컸던 까닭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서사가 담겨있었기 때문인데 불황에 지친 요즘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그런 현실을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기성세대는 여전히 이 서사를 믿는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대성공이 하나의 예시”라며 “하지만 시차에까지 적응해가며 올림픽을 시청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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