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정거래질서 망치는 수십년 고질병…강력한 제재 방안 마련을

주택시장의 해묵은 과제인 집값 담합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위례신도시 입주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아파트 입지와 브랜드 가치를 참작하면 5억5000만원인 현 전세 시세는 너무 낮으니 6억 미만으로는 내놓지 말자’는 글이 올라왔고, 가입자 여럿이 동의하면서 담합을 꾀한 것이 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위례신도시는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하면서 주택 입주물량은 급증했는데 아직 편의시설은 완비돼있지 않은 곳이 많다. 전세가율은 60%도 채 못미쳐 전국 전세가율 평균인 75% 보다 훨씬 낮다. 때문에 전세가 인하에 따른 주택 가치 하락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일종의 저항 심리에 담합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큰 돈을 만지게 되는 게 집을 거래할 때인만큼, 매입할 당시의 부담감과 그에 따른 집값 상승 보상심리를 품을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집값 상승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균형잡힌 게 아니라면 말이 달라진다. 특히 한 쪽, 즉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부동산 시장 전반의 교란행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면 마냥 두고 볼 일은 아니다. 이미 그들은 가해자가 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합이 잘 되는 서울 강남의 일부 단지들은 알게 모르게 다 하고 있으니 관습적 행위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니 지금은 터무니 없이 올라가 버린 집값 규제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적기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담합에 동참한 집 주인들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따른 제재는 사업자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2005년에도 현장 담합조사를 하는 등 제재 움직임이 있었지만, 개인의 재산권 및 행복추구권을 제도화해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끝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분양단계에서 공급질서를 교란하는 사업자에 대한 제재방안은 있지만 개인 규제 방안은 딱히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역시 “공정거래법은 담합 행위의 주체를 사업체나 사업자 단체로만 규정한다”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비정상적으로 올라버린 집값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새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지난달부터 중도금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시장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 6월에는 현장단속을 통해 떴다방과 같은 비정상적 분양권 거래시장 제재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이들 못지 않게, 어쩌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현재 이미 지어져있는 주택의 불합리한 거래를 봉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존 주택가격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 산정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건설회사가 신규 주택의 공급자라면 중고 주택 시장에서의 공급자는 개인인 집주인들이다. 신규 주택시장에서 담합을 막고 행위자를 처벌해야 마땅하다면 중고주택시장이라고 다르게 다룰 이유가 있을까. 

 

현실을 무시한 법을 핑계로 중고 주택 시장에서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거래 상대방에 손실을 강요하는 부당한 담합 행위를 마냥 방치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지 정부 당국은 깊이 숙고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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