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너지·첨단소재 등으로 사업 다각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19일 서울 대치동 팜한농 본사 강당에서 개최된 '팜한농 공식 출범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LG화학

 

국내 화학업체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기존 사업에 힘을 쏟는 동시에 고부가 가치 신사업에 선제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화학은 ‘그린 바이오사업’에, 금호석유화학은 ‘미래 에너지사업’에, 한화케미칼은 ‘첨단소재 분야’에 역량을 쏟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장기 투자를 통해 머지 않은 미래에 관련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4월 인수한 동부팜한농을 ‘팜한농’으로 사명을 바꿔 공식 출범시켰다. 팜한농은 1953년 설립 이래 국내 농자재 산업 등 그린 바이오 분야를 이끌어 온 대표 기업이다. 팜한농 대표는 LG화학 박진수 부회장이 겸임한다.

박 부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고객 중심의 선도적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구조로 혁신을 가속화 할 예정”이라며 “그린 바이오 분야에서 국내 대표를 넘어 글로벌 톱 10 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팜한농은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27%), 종자·비료시장 2위(19%) 등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283억원에 영업이익 221억원을 거뒀다. 업계에 따르면 그린 바이오 분야 세계 시장규모는 2014년 1000억달러에서 2020년 1400억달러 이상으로 연평균 6%의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 상위 6개 업체의 경우 연평균 영업이익이 15% 정도로 제조업 가운데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팜한농 인수로 LG화학은 연간 400억~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LG화학이 생산 중인 옥탄올을 활용해 농약원제를 만들 수 있고, LG생명과학과 종자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4월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여수제2에너지(열병합발전소) 증설을 통해 미래 에너지 사업 확장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미 1997년 여수에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두 번째 열병합발전소를 세웠다. 여수제2에너지 증설에는 2012년부터 4년간 4300억원이 투입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여수제2에너지에 시간 당 400톤의 증기를 생산하는 보일러 2기, 시간당 145메가와트(㎿)급 발전기 1기를 추가 설치했다. 이에 따라 여수제2에너지는 시간 당 최대 1710톤의 증기와 300MW의 전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여수제2에너지는 연료부터 배출까지 환경 영향을 고려한 점이 특징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유연탄(70%), 타이어고형연료(TDF·20%) 외에 탄소배출이 없는 바이오매스(우드칩) 10%로 연료를 구성했다. 탈질·탈황설비를 설치해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했고 해양온배수 배출도 전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여수제2에너지 증설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룹 내 화학계열사에 증기를 공급하고 전기도 함께 생산해 전력거래소에 판매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TDF와 바이오매스 연료로 생산한 전기는 신재생 공급인증서(REC)를 받아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생산에는 증기가 많이 필요하다”며 “열병합발전소 증설로 에너지 비용 절감 및 전기 판매를 통한 수익도 함께 얻게 됐다”고 밝혔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여수 제2에너지 증설 준공식을 기념하는 테이프 커팅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 네 번째부터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주철현 여수시장. 아홉번째부터 박의승 삼성물산 부사장, 신지 니시무라 스미모토 중공업 부사장, 김종갑 지멘스코리아 회장. / 사진=금호석유화학

한화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인 PVC(폴리염화비닐) 기능을 향상시킨 고부가 CPVC(염소화 PVC) 사업에 역량을 쏟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석유화학단지 제2공장에 3만톤 규모의 CPVC 생산 라인의 설계를 마치고 지난 3월 건설을 시작했다. 연내 준공을 마치고 내년부터 상업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CPVC는 기존 PVC 보다 염소 함량을 10% 늘린 것으로 열·압력·부식에 견디는 성질이 우수하다. 소방용 스프링쿨러 배관, 온수용 배관, 산업용 특수 배관에 사용된다. CPVC는 기존 PVC 대비 가격이 2배 높고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CPVC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25만톤으로 매년 10%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루브리졸(Lubrizol), 일본 세키스이(Sekisui) 및 카네카(Kaneka) 등 소수 업체만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9000톤 가량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해외업체와 기술제휴 없이 자체 연구를 통해 첫 국산화를 시현했다”며 “기존 PVC 생산 공정 노하우를 살려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CPVC를 시작으로 PE(폴리에틸렌)·가소제 등 범용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 개발도 진행중이다. 올해 초에는 카이스트와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미래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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