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품질 문제, 정보 감추고 일 처리 늦은 회사 탓해야”

두려움은 불확실함에서 싹 튼다. 알지 못하는 음식을 먹고, 알지 못하는 장소에 가고,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 때. 우리 등골은 싸늘해진다. 그렇게 자라난 두려움은 괴담을 낳고 괴담은 불신을 부른다.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마주한 상황에서 정보를 얻지 못하면 우린 또 다른 함정에 빠지고 만다.

현대차 소비자들이 함정에 빠졌다. 요약하면 이렇다.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모델인 기아차 니로와 현대차 아이오닉에서 장기간 주차한 뒤 시동을 걸면 차가 덜컹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잘 달리다가 엔진경고등이 들어오기도 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차에 문제가 발생했다. 두려움은 여기서 싹텄다.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웠다. 서비스 센터에 가니 차에 이상이 없단다. 억울했지만 정보를 얻을 길이 없으니 소란 규모는 작다. 방송도 외면하고 현대차는 입을 닫았다. 답답함에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기니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조금씩 목소리를 높이자 현대차가 응답했다. 차량 부품 중 인젝터라는 부위에 이상이 생겼으니 무상교체를 실시하겠다 했다.

답은 들었는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두려움을 안고 차를 탄 게 한 두달이 아닌데 부품 하나 바꾸면 끝난다니.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 현대차에 물어봐봤자 메아리 돼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다. “차는 이상 없으니 그냥 타시라.” 결국 무지(無知)는 “현대차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을 낳는다.

현대차는 이 음모론에 억울해 한다. 수많은 현대차 안티들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탓에 골머리를 앓는다는 투정이다. 무상교체해도 불안해하면 자기들은 더 뭐를 해줘야 하냐는 불만이다. 때론 화도 난단다. 계속 불만글을 올리는 소비자들은 고의적으로 회사 평판을 떨어뜨리는 ‘블랙 컨슈머’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현대차를 향한 음모론엔 과장된 것들이 많다. 그런데 적어도 아이오닉과 니로 사례에서 현대차는 안티를 말할 자격이 없다. 현대차가 니로와 아이오닉 무상교체를 실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렇다. 현대차는 무상교체 사실을 전체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일부 동호회에만 공지했다. 무상교체라는 타이틀을 걸었지만 협력사에는 “괜찮아 보이는 차들은 최대한 교체를 자제하라”는 공지도 내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부품 무상교체 서비스 시행 발표 불과 하루 전, 취재에 들어간 기자에게 “니로가 이상하다고하니 아이오닉 소비자들이 괜히 ‘오버’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불과 하루 만에 태도가 바뀌었다. 괜찮지 못한데 괜찮다 말했다면 거짓이다.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가식이다. 몰랐다면 불행이다.

현대차는 소비자 곡성(哭聲)에 귀 기울여야 한다. 두려움을 모른 체 할 자격이 이제는 없다. 정보를 숨기고, 불안에 귀를 닫고, 문제에 뒤늦은 답을 던져서는 불신만 키울 뿐이다. 이제는 식상해진 영화 대사처럼 현대차는 ‘뭣이 중헌지’ 알아야 한다. 현대차가 말하는 ‘고작 작은 무상수리’ 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는, 정몽구 회장이 말하는 일류경영은 남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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