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입장차 극명…업계는 ‘혼란’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6월 게임, 벤처 산업 규제개혁 점검 차 경기도 성남시 판교 소재 글로벌게임허브센터를 방문해 게임산업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기재부

 

정부 부처가 국내 게임산업을 두고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선 규제를, 다른 한쪽에선 진흥을 외치는 탓이다. 이에 게임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 게임업계는 그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게임은 마약과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업계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5 콘텐츠 산업 통계 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 산업의 연간 해외 매출액은 3조4258억원 가량에 이른다. 이는 출판, 영화, 음악을 포함한 국내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 6조750억원의 56%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처럼 게임산업이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은 엄청나다. 그러나 이에 반해 게임에 대한 국민 인식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 책임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정부가 규제와 진흥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사이 여론만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문체부는 지난 2월 ‘문화와 ICT융합을 통한 콘텐츠 신시장 창출 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게임 콘텐츠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양 부처는 이 자리에서 차세대 게임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오는 2017년까지 1조원 신규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해 519억원을 투입하고, 향후 3년간(2016~2018년) 약 1557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월 결제한도 50만원, 1회 베팅한도를 5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웹보드게임 규제를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또 임시 등급분류 게임 베타테스트 허용기간 연장 및 게임물 사업자의 자율등급분류제도 확대한다고 밝혔다. 당시 게임업계는 이러한 정부의 게임진흥책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제부와 미래부의 게임진흥 정책 발표 일주일 뒤 보건복지부는 게임·인터넷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청소년 대상 중독 선별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안도 검토됐다. 복지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에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정신건강 종합대책은 우울, 불안, 중독 등 사회 정신건강 문제가 지속 증가하고 이로 인한 자살, 범죄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5개년 간 시행할 대책으로 마련한 것이다. 대책에는 게임을 알코올, 마약, 인터넷, 도박 등과 함께 중독 요인으로 규정, 게임 중독에 대한 질병 코드를 신설해 의료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게임업계와 문체부 등 타 부처 의견을 수렴해 검토 단계 중”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기구 관련 통계를 바탕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부처간 엇갈린 의견이 나오자 게임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차세대 게임 육성 방안을 내놓을 때 사실 불안했다”며 “복지부 발표 내용을 보면서 역시 정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또 지난 18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게임문화 진흥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지속가능한 게임 생태계 조성’이라는 비전 아래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 진흥을 목표로 했다. 문체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강제적 셧다운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셧다운제는 2011년 5월 여성가족부 주도로 도입됐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 동안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일명 신데렐라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체부는 여가부와의 협의를 거쳐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부모가 요청할 경우 청소년도 심야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속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다. 정우택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 내용과 구성비율·획득확률 등을 공개하고,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웅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비율 및 획득확률 혹은 기댓값을 ‘게임물 내부’에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에서 자율 규제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자율규제 이행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여야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셧다운제 완화로 인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확률형 아이템 공개 법안은 파장이 클 것이라 걱정했다. 개발자 김민수(29·가명)씨는 “셧다운제의 경우, 이미 청소년들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캐릭터를 생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한 게임행사에서 유저들을 초청했는데 일부 캐릭터들은 주민등록상 나이가 40대가 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알고보니 초등학생들이 부모 주민번호로 가입 한 경우였다”고 말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의 노하우가 집약된 경우가 많아 이를 공개할 경우, 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게임산업을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을 경우, 업계 자체가 고사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철강·화학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등을 통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산업도 조만간 중국발 공습이 시작될 것이라 경고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진흥과 규제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동안 중국은 이미 자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턱밑까지 쫓아왔다”며 “지금처럼 정부가 게임을 홀대한다면, 한국 게임시장도 조만간 중국업체에게 내줄 날이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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