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최대치…정부 예대율 규제 강화가 원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뉴스1
올해 상반기 은행의 정기예금 수신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예대율 규제 강화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6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13조9000억원 늘었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2014년 상반기(15조200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은행의 정기예금은 2014년 하반기 2조1000억원 줄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14조6000억원 급감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6조4000억원 늘면서 증가세로 바뀌었고 올해 들어 증가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정기예금은 가계나 기업 등이 일정 기간 은행에 돈을 넣어둔 뒤 이자를 받기로 약정하는 저축성 예금이다. 한국은행은 은행들이 대출 증가로 상승한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비율)을 낮추려고 정기예금 유치에 노력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을 위해 예대율을 100%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2014년과 지난해 상반기 정기예금이 크게 줄어든 것에 대해선 정부 규제 완화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말 은행의 예대율 산정 시 대출금에서 정책자금 대출을 제외하는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또 지난해 상반기에는 은행이 가계부채 개선을 위한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예대율에 여유가 생긴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신경을 덜 쓰면서 정기예금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뒤 대출이 크게 늘고 예대율이 올라가자 은행들이 다시 정기예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보다 안정성이 높은 정기예금을 유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가계나 기업의 현실적 판단도 정기예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1%대인 초저금리 시대에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가계나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을 일단 정기예금으로 은행에 넣어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1.53%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기예금이 수시입출식 예금 등 다른 상품보다 이자가 조금이라도 높으므로 정기예금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저축성예금 가운데 단기성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수시입출식 예금의 수요가 아직 더 크다. 지난 6월 말 은행의 수시입출식(실세요구불예금 포함) 예금 잔액은 535조200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 22조5000억원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수시입출식 예금 증가액은 정기예금보다 61.9%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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