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험도·발행금리 상승 불가피…은행 신용등급도 1~2노치 낮춰 평가

국내 은행들의 자본확충 수요에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21일 우리은행은 코코본드 발행과 관련한 조회 공시를 요구받고 "자기자본 비율제고를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확충 수요에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비상장은행 및 지주사의 코코본드 발행 근거가 마련되면서 발행 물량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코본드의 위험성도 증가하는 만큼 발행금리는 높아질 전망이다.

21일 우리은행은 공시를 통해 "자기자본 비율제고를 위해 코코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해외투자를 대상으로 5억달러(약 5700억원) 규모의 조건부 코코본드 발행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에도 25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검토중인 코코본드를 발행한다면 반년도 안돼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이 경우 BIS자기자본비율은 14.1%까지 높일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앞다퉈 코코본드를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했다. 바젤III에서 부과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 은행 대부분은 이미 자기자본비율을 맞춘 상태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일부를 제외하면 이미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업계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뿐 아니라 상당수의 국내은행들이 코코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지난 3월 각각 800억원과 7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NH농협은행은 3월과 5월 각각 3000억원씩 총 60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6월 각각 2000억원과 30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8.68%로 바젤III 기준인 8%를 넘겼다"며 "국내은행들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고도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은행 코코본드 발행 물량 증가 전망

국내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 물량은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그동안 코코본드를 발행하고 싶어도 발행할 수 없었던 비상장 은행 및 지주사도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은행지주사의 코코본드 발행 근거가 될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내달 2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10월경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비상장 은행지주사는 코코본드 발행 근거가 없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8일 금융위는 은행법 시행령 및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개정안은 비상장 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 근거가 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오는 30일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가 발 빠르게 관련 규정을 만들고 코코본드 발행의 물꼬를 터준 것은 은행 자본 확충 필요성 때문이다. 바젤위원회는 지난 3월 코코본드의 기본자본 인정요건을 강화하고 주식전환형만 기타기본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에 포함됐던 상각형 코코본드는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코본드는 은행에 문제가 생겨 공적자금이 투입되기 전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상각하게 된다"며 "은행 스스로 자본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행은행 스스로 트리거 조건 설정 가능…투자 위험 상승

코코본드 발행 근거 마련으로 발행물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투자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 은행법에서는 트리거 발동 사유로 발행은행 스스로 정한 조건을 설정할 수 있어서다. 기존 법안에서는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되는 경우에만 트리거를 발동시킬 수 있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개정 은행법에서는 그동안 코코본드 발행에 걸림돌이 됐던 조건들이 해소됐다"며 "향후 코코본드 발행이 활성화된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위험은 높아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의 위험이 높아진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발행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위험이 높아지면서 신용평가사들도 신용평가방법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조건부 자본증권 신용등급은 은행 기본신용도 대비 2노치 낮추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재무안정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 3노치 이상 낮출수도 있다. 개정안에서는 발행은행이 미리정한 조건이 투자자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3노치 이상 낮추는 내용을 검토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미 지난해 정부지원을 배제한 신용등급 개념을 도입했다. 이와 동시에 은행 기본신용등급을 기준으로 1~2노치 낮추는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은행 자본 건전성 우려가 높아지는 점도 앞으로 발행금리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존에 발행된 코코본드 물량의 유통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채권 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채권 시장에서 지난해 발행된 은행권 코코본드 유통금리가 상승했다"며 "유통이 활발한 편이 아니라 일반화할 수 없지만 향후 발행물량 부담과 은행권 부실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