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SUV 및 친환경차 시장에 영향..."기아차·포드·도요타 반사이익 클 것”

폴크스바겐 SUV 티구안. / 사진=폴크스바겐

 

“국내 자동차시장에 폴크스바겐 퇴출되길 바라는 이들이 허다하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쾌속 질주하던 폴크스바겐이 전복 위기에 놓였다. 환경부가 배출가스와 소음 조작 등이 확인된 아우디·폴크스바겐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 방침을 12일 폴크스바겐 측에 통보했다. 방침대로라면 폴크스바겐은 사실상 한국에서 퇴출된다.

폴크스바겐이 실제 국내시장에서 퇴출될 지는 미지수다. 폴크스바겐은 행정 소송을 통해 정부에 맞대응하기로 했다. 폴크스바겐 한국법인 관계자는 “인증취소, 판매금지를 결정하면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문회를 통해 사측 입장을 밝히고 인증취소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폴크스바겐 퇴출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 지각변동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산 브랜드를 비롯해 일본·미국 완성차사들에게는 막대한 반사이익을 누리는 엄청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미국·일본산 중저가 모델 반사이익 누릴 것

폴크스바겐은 ‘클린 디젤’의 고유명사였다. 깨끗하고 실용적인 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 덕에 판매량은 승승장구했다.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구안은 수입차 판매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 행진을 달렸다. 해치백 모델 골프는 마니아층을 양산하며 꾸준한 판매량을 자랑했다.

이 같은 인기는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모델은 올 상반기에만 4164대 판매되며 압도적인 수입차 판매량 1위로 꼽혔다. 이어 벤츠 E 220 BlueTEC이 3236대로 2위,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가 3061대로 3위를 기록했다.

폴크스바겐 강점은 무난한 디자인과 실용성이다. 무엇보다 성능 대비 우수한 가격이 강점으로 꼽힌다. 2016 티구안 가격은 3820만~4830만원, 2016 골프는 2900만~3880만원이다. 같은 체급의 국산차보다는 고가지만 BMW와 벤츠 등 고가 수입차 모델에 비하면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폴크스바겐 두 주력 차종인 티구안과 골프 판매량이 무너진다면 같은 중저가 브랜드인 미국과 일본 완성차사가 대표적인 수혜 브랜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 브랜드가 폴크스바겐과 같은 가격대 경쟁모델 및 다수의 친환경모델을 보유한 탓에 폴크스바겐 수요층을 대거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수혜 모델은 포드의 SUV 쿠가다. 쿠가는 그동안 티구안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혀왔다. 지난달 판매량은 70대로 같은 기간 티구안 판매량(640대)에는 못 미친다. 다만 티구안 가성비와 가장 유사한 모델로 꼽힌다. 쿠가는 폴크스바겐과 같은 준중형 SUV면서 가격대 역시 3940만~4410만원으로 유사하다.

친환경 라인업을 보유한 도요타도 수혜 브랜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 모델은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와 하이브리드 SUV 라브4다. 두 차종 모두 친환경모델이면서 가격대 역시 중저가에 속한다. 라브4 가격은 4300만원, 프리우스 가격은 3270만~3920만원이다.

◇ 기아차 SUV도 호재...폴크스바겐 후유증 장기화 할 것

국산 완성차 브랜드도 폴크스바겐 퇴출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산 완성차 업계는 해치백인 골프 판매량 감소보다 티구안과 투아렉 등 SUV 판매량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해치백 시장 규모는 작은 반면, SUV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아차를 주목한다. 기아차는 국내 브랜드 중 가장 두툼한 SUV 라인업을 보유했다. 기아차는 올해 친환경 소형 SUV 니로를 선보이며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로 이어지는 SUV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 중 대형 SUV 모하비와 중형 SUV 쏘렌토가 폴크스바겐 수요층을 빼앗아갈 대표 모델로 꼽힌다. 모하비 가격은 4100만~4832만원, 쏘렌토 가격은 2765만~3640만원이다. 가격 대비 성능만 봤을 때 폴크스바겐 티구안이나 투아렉에 뒤지지 않는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이 퇴출된다면 가장 기뻐할 업체는 기아차다. 폴크스바겐의 연간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SUV 시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었던 브랜드”라며 “기아차가 SUV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티구안의 몰락을 가장 기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폴크스바겐이 실제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퇴출될 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한다. 폴크스바겐 국내법인이 퇴출된다면 본사와 독일 정부 반발이 필연적인데 정부가 이 같은 외교적 피해를 감내하면서까지 폴크스바겐을 내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한 주력 모델 판매저하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그 영향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폴크스바겐은 이번 사태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판매량이 떨어진다면 국내외 다수 브랜드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중저가 모델을 보유한 미국과 일본 브랜드,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BMW와 벤츠 등이 포진한 고급수입차 시장보다는 친환경차와 SUV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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