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할인가격 제시도…영업직원 출혈경쟁 확산

 

 

서울시 강북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 전경. / 사진 = 배동주 기자

 

서울시 강북의 한 폴크스바겐 판매 전시장. 오전 내내 차량 구입을 문의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영업직원들은 몰려나가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리에 앉아 컴퓨터 화면만 주시했다.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에 이어 인증 서류까지 거짓 작성하며 기업 윤리를 버리는 사이 판매 영업직원들은 한숨 소리가 커져 갔다. 국내 시장 퇴출까지 거론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영업직원들은 제살깍이식 경쟁에 몰렸다.

지방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 영업팀장은 “상담을 오는 고객 수부터 확연하게 줄었다”며 “고정급을 줄이고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하고 있지만 상황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이 경유차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불거지며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들썩일 때만해도 한국 시장은 잠잠했다. 대대적인 판촉할인으로 국내 시장에서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굳건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폴크스바겐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차종의 대부분을 조작한 서류를 내밀어 인증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아우디폴크스바겐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해 인증취소·판매금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아우디폴크스바겐이 리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자동차 정기검사 때 불합격 처리하고 운행 정지 명령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소음 및 배기가스 관련 허위·과장 광고 혐의로 폴크스바겐코리아 전·현직 임원 10명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서울 강북 폴크스바겐 전시장에 근무하는 한 영업직원은 “지난해 9월 배출가스 조작이 터진 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평일 오전에 전시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폴크스바겐 전시장 내 차량 구매 상담 좌석이 텅 비어 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문제는 폴크스바겐이 조작사건에 대해선 함구한 채 기존 할인 판매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판매 영업직원만 고객 붙잡기에 혈안이 됐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 영업직원은 차량 구매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하자 “골프 가솔린 모델은 할인을 합하면 이미 현대차 아반떼 가격이 나오지만 구매를 결정하면 더 깎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가 3% (할인)도 가능하다”고 낮게 속삭였다.

현대자동차 아반떼MD 상위 모델이 2400만원대다. 폴크스바겐 골프 1.4 가솔린 모델 하위 트림 가격이 29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차량 가격의 6분의 1 이상이 할인되는 셈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에서 지정한 할인금액은 차량 가격의 8%인 228만원에 불과하다. 

부산 지역 폴크스바겐 전시장 관계자는 “모델에 따라 1000만원을 할인해 판매하는 딜러가 있다고 들었다”며 “그 정도까진 해줄 수 없지만 그에 달하는 추가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는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폴크스바겐의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딜러들이 동요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딜러들의 대규모 이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폴크스바겐의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딜러사는 영업 실적을 전시장 존폐의 최우선 가치로 삼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폴크스바겐코리아는 22일 진행하는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는 설명이다. 영업직원들에게는 차량 판매 중단 여부와 관련한 직접적인 답변은 피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북의 한 폴크스바겐 전시장에서 근무하는 영업부 주임은 “사측이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이야기했다”며 “직접 통화를 원하면 연결해드릴 수는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