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민간부문 발주 전년동기비 36.6% 감소 전망…공공부문 수주액도 축소 가능성


하반기 민간은 물론 공공부문 건설수주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경기 둔화로 인한 민간수주액 감소와 더불어 건설업계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주택경기 호황에 따라 역대 최대규모 민간발주액인 113조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아울러 공공발주와 민간발주를 합친 금액도 157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건설사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건설사 재정을 지탱해 준 수주액이 올 하반기에는 대폭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민간부문 발주액은 39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감소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감소비율이 가장 크다. 더욱이 공공발주 공사 수주액은 20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공공부문 공사 발주액 감소분이 민간부문 감소액과 더불어 건설사 재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간부문 발주액 감소세는 주택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벌어지는 현상이다. 건설사는 물론 정부에서도 이를 막을 방법이 많지 않다. 이에 정부가 공공부문 발주를 통해 감소분을 상쇄해주길 건설업계는 기대하는 눈치다.

다만 업계의 이같은 기대와 달리 공공부문 수주액은 오히려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올해 예정된 다수의 공공발주 공사의 낙찰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대다수 공사에서 기술형 입찰방식을 늘려 관급공사 입찰제도 선진화를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공공부문 수주액 감소분을 해소해줄 대형 공사가 입찰과정에서 유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최대 규모의 기술형 입찰 프로젝트인 제2경부(서울~세종)고속도로의 한 구간인 안성~구리 11(5872억원)‧12공구(2869억원)도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각각 5000억원, 2000억원대의 대형 프로젝트다. 울릉공항 1(1984억원)‧2공구(2608억원) 건설사 모집입찰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모두 1000억원이 넘는 대형 공사로 공공부문 수주액 증가에 도움이 되기에 이례적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사업비를 턱없이 낮게 책정해 업체들이 입찰 자체를 꺼리고 있다”며 “상반기 공공발주 공사 자체가 씨가 마른 상황이지만 그저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정가격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하는 종합평가낙찰제(종평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공사들이 하반기 종평제를 통해 발주된다. 하지만 심사기준 수립이 늦어지면서 공사발주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사기준을 시험할 시범사업도 단 한건도 발주되지 않고 있다. 대형공사들은 낙찰기간이 길어 기껏 수주를 하더라도 수주액이 내년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적으로 관급공사를 늘려 수주절벽을 보완하는 ‘추경 편성안’도 선택지로 들 수 있다. 역대 정부는 경기여건 등을 감안해 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발주 부문을 보완했다. 하지만 현재 이 방안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여야 3당 모두 관급공사 확대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에 반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SOC예산이 지역편중을 부를 가능성이 높기에 일자리‧조선업 구조조정 등에 더 집중하는 방침을 세웠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해외건설 시장이 예년만 못하고 부동산 위축을 통한 민간수주 급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공발주도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건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추경안에) 공공발주 확대안이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같은 수주감소세가 건설업계에 큰 타격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이미 추경을 통해 44조원 규모의 막대한 공공공사 발주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추경을 통해 이듬해 58조원을 정부가 지출한 이래 역대 두 번째로 큰 액수다. 공공발주가 올해 하반기 5%가 감소해도 지난해 금액 자체가 커서 민간수주 36% 감소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지방정부 등 각 기관에서 공사를 잇달아 내놓는 경우도 많다 ”며 “이를 종합하면 하반기 공공수주 금액 축소분이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세울스타즈호텔 건설현장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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