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퇴출 가능성에 소송 문의 다시 늘어

환경부가 배출가스와 소음 조작 등이 확인된 아우디·폴크스바겐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 방침을 12일 폴크스바겐 측에 통보한 후 집단소송 참여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시장에서 쾌속 질주하던 폴크스바겐이 전복 위기에 놓였다. 환경부가 배출가스와 소음 조작 등이 확인된 아우디·폴크스바겐 32개 차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 방침을 12일 폴크스바겐 측에 통보했다. 방침대로라면 폴크스바겐은 사실상 한국에서 퇴출된다.

폴크스바겐 한국법인 관계자는 “인증취소, 판매금지를 결정하면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청문회를 통해 사측 입장을 밝히고 인증취소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한국 소비자들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주춤했던 ‘폴크스바겐 줄소송’에 참여할 뜻을 밝히는 소비자들이 다시 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퇴출될 수 있다고 하자 중고차값 폭락 및 애프터서비스(A/S) 부재 등을 염려한 소비자들이 소송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19일 폴크스바겐 국내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지난주 환경부 인증 취소 방침 발표 이후, 하루 평균 소송 문의건수가 40건에 달하고 있다. 바른 측은 추가 소송 의뢰자가 2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다음주 중 20차 소송을 서울중앙지검에 제기할 예정이다. 오늘까지 원고수는 4542명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지난해 연말까지 원고수 4000명에 도달한 뒤 올해 들어 증가폭이 계속 줄었다. 그런데 환경부 인증 취소 발표 이후 소송문의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원고수가 5000~6000명에 이를 것 같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원고가 최대 1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유례없는 소송규모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폴크스바겐 차량 인증이 취소되면 피해를 입게 되는 구매자 수만 20만명에 이른다. 

환경부가 인증 취소를 예고한 차량은 경유(디젤)차 뿐 아니라 휘발유차도 포함된다. 국내 판매대수만 7만9000여대다. 지난해 11월 이미 인증이 취소된 폴크스바겐 디젤차 12만5515대를 합하면 국내에서 판매된 아우디·폴크스바겐 인증 취소 차량은 20만4000여대에 이른다.

산술적으로 이들 차량 구매자 10명 중 1명만 소송을 제기해도 원고 2만명이 넘어간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 등에 비해 소송에 소극적인 점이 변수다. 하 변호사는 폴크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국내 소송환경이 친(親)소비자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폴크스바겐 소송인원 수가 많아 보이지만 전체 구매자에 비하면 매우 적다. 한국이 재판의 ‘헬조선’이기 때문”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정신적 위자료를 증액해야 한다. 패소 시 상대방 변호사 비용 부담 조항도 삭제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당당히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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