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채권단 요구 완수…한진해운, 용선료 협상 지지부진

현대상선이 국제 해운동맹 가입을 완료지으며 회생 발판을 마련한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이 지지부진해 조양호 회장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사진=뉴스1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희비가 갈렸다. 현대상선이 국제 해운동맹 가입에 극적으로 성공하며 채권단 지원조건 3개를 모두 완료한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같은 처지에 놓였던 양사 최고경영자(CEO)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정은 회장이 대규모 감자를 실시해 보유 주식을 털어내고 현대상선을 채권단에 넘긴 반면, 조양호 회장은 채권단의 사재출연 요구 등에 난감한 기색을 보이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국제 해운동맹 ‘2M’과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2M은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가 속해있는 세계 최대 해운동맹이다. 당초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속해있는 글로벌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합류를 노렸으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2M을 종착지로 택했다.

현대상선은 이로써 지난 3월 채권단과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인 ▲사채권자 채무조정 ▲용선료 조정 ▲얼라이언스 가입을 완료했다. 채권단 출자전환은 계획대로 이뤄질 전망이다. 오는 18일과 19일 양일간 출자전환을 위한 유상증자 청약을 실시하며 22일 납입, 8월 5일 신주 상장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대상선이 회생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반면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에서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해운업계에서는 해운동맹 가입을 조기에 마무리 지은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 채권단 지원조건을 빠르게 완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2일 여의도 본사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위한 사전 설명회를 열고 "현대상선의 협상이 잘됐는데 저희는 더 나은 상황이니까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낙관했던 용선료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를 낮춰주느니 배를 회수하는 게 낫다”며 한진해운 경영진을 옥죄고 있다. 경영진이 해외 로펌과 손잡고 해외선주들과 비공식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용선료 인하 폭에서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CEO 행보도 갈리게 됐다. 현대상선은 15일 서울 연지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대주주·특수관계인 차등 감자의 건'을 상정해 총 참석 주식 수 1426만3583주 중 99.9% 찬성으로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606만6273주), 현대글로벌(61만3563주), 현정은 회장(57만1428주) 등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총 725만1264주(20.93%)에서 감자 후 현대엘리베이터(86만6610주), 현대글로벌(8만7651주), 현정은 회장(8만1632주) 등 총 103만5893주(3.64%)로 하락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정은 회장의 ‘통 큰’ 결단이 현대상선 회생 발판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 회장이 주식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며 회생의지를 주주들에게 몸소 보였고, 해외 선주들에게 자필 편지까지 써가며 호소한 덕에 채권단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조양호 회장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은 어렵다며 조 회장의 사재출연을 압박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은 한진해운에서 한 푼도 안 받고 경영적인 지원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사재출연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선을 그었지만 채권단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소극적인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단 관계자는 “조 회장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 나오는 조 회장 모습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며 “가끔은 ‘액션’도 필요하다. 사재출연이 아니더라도 희생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출해야 할 마감 시한을 넘겼다. KDB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진그룹에 연말까지 약 1조원을 마련할 자구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진해운이 다음달 4일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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