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속이고도 반성 않는 태도에 분노…환경에 대한 정부·소비자 인식 제고 계기 됐으면"

 

13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폴크스바겐 국내 집단소송 대표원고로 나선 배우 임예원씨를 만났다. / 사진=임슬아 기자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는 그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난다.”

임예원(36)씨는 지난해 10월 법무법인 바른과 손잡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방법원에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임씨는 소송 대표원고 2인중 한 명이다. 소송 후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한다는 임씨는 조심스럽지만 소신 있는 태도로 폴크스바겐 사태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그는 폴크스바겐의 안하무인(眼下無人) 태도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임씨는 “폴크스바겐은 법을 어겼고 소비자를 속였다. 그런데 반성이 없다. 배상을 거부하고 입으로만 사과를 말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씨는 폴크스바겐 차량 구매자 500여명과 힘을 모아 마르틴 빈터코른 전 폴크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 등 12명을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형사고소 접수 일주일 만에 임씨를 불러 고소인 진술을 받았다. 직업이 배우인 임씨는 작품 활동을 병행하며 소송에 참여해야 한다. 고단할 법도 하지만 임씨는 오히려 소송전선을 더 넓혀나갈 계획이다. 


환경부는 11일 폴크스바겐이 소음·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폴크스바겐 차량 32종 79개 모델에 대한 인증취소 및 판매금지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폴크스바겐은 이 같은 조처에 반발해 행정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임씨는 “폴크스바겐이 치졸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며 인증취소 및 판매금지 명령이 확정되면 추가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해당 차량 인증이 취소되면 재인증 절차를 밟는 등 불편함을 겪어야 하고 중고차 가격 하락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임씨는 폴크스바겐이 이에 대한 보상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임씨를 만났다.

연예인으로서 사회 이슈 전면에 선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대표 원고로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

미국으로 7년 정도 유학을 다녀왔다. 미국은 배우도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큰 목소리를 내더라. 이런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였다. 또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보니 폴크스바겐 사태가 더 예민하게 다가왔다.

아우디 Q5를 소유하고 있다. 차량 구매 동기에 ‘클린 디젤’이라는 점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가족 모두가 탈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사고 싶었고 아우디 Q5와 BMW X3 중에서 고민했다. 아우디 매장 딜러는 Q5가 배기가스에서 우수하다며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연비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가솔린 차량보다 1000만원이나 비싼 디젤 차량을 구입했다. 이 차가 배출가스 불법조작 차량인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구입하지 않았을 거다.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일부 아우디 폴크스바겐 소유주들이 차량 운행을 자발적으로 중지하기도 했다.

그 심정을 이해한다. 나도 오늘처럼 멀리 나오는 경우에는 Q5를 타지만 불편한 마음이 든다. 주변에서 “소송까지 했는데 타고 다녀도 괜찮냐”는 말을 듣곤 한다. 또 아이가 있다 보니 대기오염 문제에 민감하다. 내 차지만 환경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신랑의 차를 탄다. 지금 당장이라도 중고차로 팔고 싶다.

폴크스바겐이 국내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중고차 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분명 중고차 매물로 내놓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아우디 차 가격이 고가다. 팔고 싶지만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중고 매물로 내놓는 게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송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아우디 소유주라는 자격을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중고차 가격 하락과 별개로) 판결이 나오기 전 까지는 팔지 않을 것이다.

폴크스바겐이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미국에서 차량 소유주들에게 1인당 최고 1만달러(약 116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확정지었다. 한국 소비자에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한국 소비자와 미국 소비자는 같은 회사에서 같은 차종을 샀다. 그렇다면 같은 보상을 하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폴크스바겐의 대처를 보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든다. 참 황당하다. 추가 조작 사실까지 드러났다. 폴크스바겐이 계속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제기한 후 검찰에 출석해 대표로 고소인 진술을 했는데.

3시간에 걸쳐 진술을 했다. 차 가격, 구입 시기, 구입 이유 등에 대해 답했다. 검찰이 화가 난 이유에 대해 묻더라. 속은 기분이라며 있는 그대로 답했다. 리콜을 하면 용서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 이후 추가 조사는 없었다. 

 

임예원씨는 폴크스바겐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현금 보상 등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사진=임슬아 기자​

 

폴크스바겐이 조작 사실 끝까지 인정하지 않아 환경부가 3차례나 퇴짜를 놨다. 이 같은 정부 조처에 만족하나.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 기자회견을 했던 시점과 비교해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 안일한 리콜 절차와 기각을 반복하고 있다. 피해를 본 이들은 알아서 민사소송을 하라며 방관하고 있다. 환경부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해야 한다.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의 자동차 교체명령과 같은 강경한 대처가 필요하다.

정부가 폴크스바겐 차량에 대해 인증취소·판매금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가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는데.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언론에 보도됐지만 폴크스바겐 측에서 원인과 리콜 방안 각각 2줄씩 써서 보냈다고 한다. 뻔뻔하다. 배상해야 하는데 오히려 소송을 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법조계에 문의한 결과 검찰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패소할 것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폴크스바겐이 국내에서 차별대우를 할 수 있는 이유가 결국 할인을 하면 무조건 사고 보는 소비자들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쉽고 화가 난다.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미국과 너무 다르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들도 환경과 구매에 관한 인식을 제고했으면 좋겠다.

폴크스바겐은 리콜 이후 연비 저하 등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리콜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연비와 성능 저하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리콜을 받아들인다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재검증에 나설 것이다. 이탈리아 소비자단체 검증 결과 오히려 배출가스가 늘었다는 발표도 있다.

만약 폴크스바겐이 국내에서 리콜을 제외한 보상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리콜로도 절대 피해 보상이 안 된다. ​추가적인 보상 범위는 미국과 동일하게 해줘야 한다. 민법110조에 의하면 정신적 피해범위 보상을 책임져야 한다. 폴크스바겐은 일종의 사기를 저질렀다. 응분의 처벌을 받고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미국소송 원고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미국과 한국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설 것이다. 필요하면 미국에 직접 갈 것이다. 소송 이외에도 연예인 동료나 한국 소비자들과 환경 개선 캠페인 활동 등을 실천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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