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기준 강화나 조기재취업수당 폐지는 논란

지난 5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취업 상담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여기저기서 실직자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이들은 재취업 전까지 구직급여와 취업 알선 등 정부 보조에 기대야 하지만 지원 규모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구직급여 지급 수준과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정치권에서 고용보험법 개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9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 159인이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정부 여당이 추진했던 노동개혁 5대법안 중 하나다. 노동개혁법안 처리는 당시 야당의 비협조로 무산됐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정부 여당은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은 지난 20년간 실직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해 왔다. 하지만 현행 구직급여 지급대상 범위나 금액, 기간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 시행과정에서 구직급여 상∙하한액 역전, 실업인정 기간 동안 구직활동을 위한 적극적 노력 미흡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실업급여는 실직 후 재취업 노력을 하라는 취지의 구직급여를 기본으로 한다. 다시 말해 실직했으니 지급하는 게 아니라 새 일자리를 잡으라는 취지로 지급하는 것이다.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50%를 원칙으로 하되 상∙하한액을 설정하고 있다. 상한액은 정액,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


고용보험헙 개정안에선 구직급여 상한액을 종전 하루 43000원에서 5만원으로 높였다.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췄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을 웃도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새 직장을 잡는데 도움을 준다는 기본취지에 맞춰 구직급여 보장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주며 취업을 장려하는 등 연계를 통해 제도 운영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비하려는 취지다.

 

고용보험 가입연령은 65세까지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65세 이후 근로한 자는 실업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65세가 넘으면 고용보험 피보험자격(고용보험 적용) 신규 취득도 불가능하다. 그런데 변경안에선 고용 승계 시점이 65세 이후라도 새롭게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업급여 혜택도 받게 된 것이다.

 

1일 실업급여 금액은 종전엔 기초일액에 50%를 곱한 금액에서 60%를 곱한 금액으로 상향조정토록 했다. 또 이직일 다음날로부터 12개월 내에 수급자에게 부여되는 구직급여 소정급여일수(구직급여를 지급 받을 수 있는 날) 한도를 현행 90일부터 240일까지에서 120일부터 270일까지로 늘리도록 했다.

 

대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은 강화했다. 이직일 전 18개월 동안 적어도 180일 이상 유급근무(피보험단위기간)를 해야 했던 기준을 이직 전 24개월간 적어도 270일 이상 유급근무를 해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취업할 의지 없이 실업급여만 반복적으로 받는 것도 막도록 했다.  90일 이상 미취업 수급자에 대해서는 직업훈련개발 지시 등을 통해 취업을 촉진하고 지시 거부 시 지급중단 등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신 조기재취업수당제도는 폐지키로 했다. 이를 위해 훈련연장급여 심의회를 신설하고, 연장급여 지급수준을 구직급여 하한액으로 단일화하는 내용도 넣었다.

 

각 당은 고용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같은 의견을 보이지만 정치적 이해 때문에 새 법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한편 박남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 30일 고용촉진 법률안을 발의했다.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며 고령자와 준고령자의 직업능력 향상과 고용확대를 도모하려는 취지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있는 이들의 직업능력개발훈련에 정부 지원을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헬조선, 삼포세대 등 불안한 현실 속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선 정부의 고용노력 확대, 비정규직 축소, 직업능력개발 지원 등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5일 가구소득 하위 70% 미만에 속하는 청년구직자 중 구직 인정을 받은 사람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씩 최대 300만원 상당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취업 후 4년 내에 갚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명 후납형 청년구직촉진수당제다.

 

김삼화 의원은 우리나라 구직급여 지급수준과 기간은 외국에 비해 낮아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사회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뤄 경제 재도약을 일궈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각 당이 수급 금액을 높이고 기간을 연장하려고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자세히 보면 법안에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연합회(경실련) 간사는 조기재취업수당제도 폐지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재취업수당제도는 조기 재취업을 해 12개월 이상 유지하면 수당을 주는 제도다. 폐지될 경우 수급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 간사는 구직급여 기준을 강화한 것도 문제로 꼽았다. 지금까지 최근 18개월간 180일 이상 유급근무를 해야 했던 것을 최근 24개월간 270일 이상 유급근무로 강화되면 수급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노무법인 관계자는 구직급여 하한액 인하로 최저임금과의 역전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충분한 논의 없이 마련된 다소 성급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고용의 핵심은 구직자의 취업 장려책 등 안전장치 및 제도 마련에 있다정부와 국회가 노사와 머리를 맞대고 형평성과 법적 안정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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