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일 못해 건보료 못내"…6회 이상 체납자 병원 못가

건강보험료를 낼 능력이 없어 체납한 187명의 국민들이 건강보험공단에 결손처분 집단 민원을 13일 신청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2014년부터 간 이식 수술을 했다. 수술하고 일을 못해 건강보헙료를 체납했다. 그런 와중에 이혼을 하게 됐다. 퇴원 후 고지서를 보니 건강보험 체납액이 많이 늘었다.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해 몸이 아프고 돈이 없으니 유예해 달라 요청했다. 거절 당했다. 공단에서 이혼한 아내의 재산까지 압류 했다. 현재 기초수급 대상자다. 몸은 안 좋지만 일을 해서 건보료 체납액을 납부하려 했는데 지자체에서 기초수급을 박탈하려 한다. 공단에선 체납액을 갚으라고 독촉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임신 3개월인 20대 산모다.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고운맘카드(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산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지원을 받지 못하니 부담이 크다. 미혼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하다 생활이 어려워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료를 낼 능력이 없어 체납한 187명의 국민들이 건강보험공단에 결손처분 집단 민원을 13일 신청했다. 결손처분은 경제적 빈곤이나 행방불명, 해외 이민 등으로 부과한 조세를 징수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그 납부 의무를 소멸시키는 행정처분이다.

건보료 납부 능력이 없는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들은 의료권을 위협받고 있다. 6회 이상 건보료를 체납하면 아파서 병원을 이용할 때 치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진료 당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도 사후 부당이득금 환수 조치로 차액을 갚아야 한다.

서울에 사는 임모씨는 "수입이 없어 건보료를 체납했다. 통장이 압류돼 금융거래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고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들다. 삶이 고달프다"고 말했다.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 사연 / 사진=이준영 기자

이들은 건강보험공단의 추심과 통장 압류에도 시달린다고 밝혔다. 30대 여성 김모씨는 "기초수급자로 6살 딸을 홀로 키우고 있다. 수입이 없어 친척집을 떠돌아다니며 사는 순간에도 건강보험료는 계속 부과됐다. 계속되는 체납보험료 강제 징수 독촉 안내문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히 살기 어렵다. 예금통장 압류 협박 등으로 인해 불안하다"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에 따르면 건보료를 6회 이상 내지 못해 건강보험이 체납된 가구는 약 140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 중 95%가 연소득 1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다. 한달 80만원 정도 소득이다. 소득 자체가 없거나 매우 적어 월 건보료 5만원 이하 체납 가구는 94만 가구다.

이날 집단 민원 신청에 참여한 생계형 건보료 체납자들은 "건보료를 낼 능력이 없는 국민들의 건보료 결손처분을 요구한다"며 "체납자에 대한 보험 급여 제한, 부당이득금 환수 등 의료이용 제한도 폐지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체납자에 대한 독촉, 압류, 연대책임 조치들도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생계형 건보료 체납자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생명과 건강에 대한 권리를 위협 받고 있다"며 "생계형 체납 결손처분은 일시적 방편이다. 정부는 이들의 건강권이 박탈 당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의 근본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관계자는 "공단 재원으로 생계형 체납자 결손 처분이 가능하다"며 "경제가 좋지 않아 국민들은 병원비 부담으로 병원 이용을 줄였다. 이에 공단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기준 건강보험 징수율은 99.4%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까지 5년 연속 당기 흑자를 이어갔다. 누적 흑자액은 16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서명철 국민건강보험 통합징수실장은 "보험료는 건강보험을 지탱하는 재원이다. 결손처분은 정말 보험료를 낼 수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지난 2015년 건강보험 결손처분은 5만여 건이다. 같은 해 소득 자체가 없거나 매우 적어 월 건보료 5만원 이하 체납 가구는 94만 가구다. 결손처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