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보증금이 기준치 상회하는 인기상권은 보호 못 받아…지역별 현실화 필요 요구 높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상가. 지난 7일 이곳에서 임대인 리쌍과 임차인 간 갈등이 빚어졌다. / 사진=뉴스1

 

지난 7일 임대인인 힙합 듀오 리쌍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상가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강제대집행을 시도했다. 이를 계기로 환산보증금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산보증금은 상가 임차인의 보호기준으로 작용한다. 다만 현행 환산보증금 기준이 지역별로 세분화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행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x100)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기준으로 작용한다. 지역별 환산보증금(서울 4억원, 서울을 제외한 과밀억제권역 3억원 등)이 미달하는 상권의 상가는 임대료 상한선을 연 9%로 제한한다. 아울러 이들 상가의 임차인에게 최대 5년 간의 영업계약을 보장한다.

문제는 환산보증금이 기준을 넘는 인기상권이다. 이들 지역의 상가 임차인들은 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임대인이 무리한 임대료 인상이나 최초 계약 후 5년 내 퇴거를 요구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리쌍과 임차인의 갈등이 발생한 신사동 상가도 환산보증금 기준인 4억원을 넘었다. 인기상권이기에 보증금, 임대료가 높아 환산보증금도 상승했다. 이에 해당 상가 임차인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환산보증금이 인기지역 상권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간한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내 4억 초과 상권은 총 7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권은 ▲명동(14억3600만원) ▲강남대로(9억3600만원) ▲청담(5억8400만원) ▲혜화동(5억8400만원) ▲압구정(4억9900만원) ▲신사동(4억7200만원) ▲사당(4억2100만원)으로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이는 높은 보증금‧임대료로 이어져 환산보증금 기준 초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현행 환산보증금 기준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환산보증금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의 상가는 임대인이 보증금과 임대료를 높일 유인이 적다. 적은 유동인구 등으로 수요가 적어 공실의 위험이 있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현행 환산보증금 기준이 이들 지역 상가 임차인만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지적한다. 유 교수는 "환산보증금이 개별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들은 임차인 보호유인이 적은 지역이다. 오히려 인기상권 임차인이 상가임대차 보호법을 더 필요로 한다. 임대인이 보증금, 월세를 높일 유인이 크기에 그렇다”며 “현행 수도권 환산보증금 기준을 7억원~8억원으로 올려야만 실효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도 환산보증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국 소상공인들이 연합해 만든 단체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은 최근 논평을 통해 환산보증금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의 임차인이 상가임대차 보호법 적용대상이 아니기에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환산보증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홍의락 무소속 의원은 상가건물 임대차 현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현실에 맞춰 환산보증금을 재설정하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지난 7일 발의했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강남과 신촌과 같이 인기지역 상권 임차인 보호를 위한 방안이 없다. 임차인 보호라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목적이 퇴색된 상황”이라며 “지역별 상권차이를 감안해 정기적으로 환산보증금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기지역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선 환산보증금이 아닌 상가별 정보공개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 지역별로 개별 상가의 임대료‧보증금을 공개하는 방법이 임차인 보호를 위한 확실한 방법이다. 이는 상가임대차 관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면서 임대인의 무리한 가격상승을 막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심 교수는 “(정보공개는) 별도의 입법과정 없이 가이드라인 지정만 하면 되기에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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