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컷 해부학 만화로 트위터 팔로워 1만명 돌파

만화로 유명한 정민석 교수를 7일 아주대학교 해부학교실에서 만났다. / 사진=정윤형 기자

 

 


“가수 싸이처럼 외국에서도 유명하고 싶다. 트위터에 만화를 올려 한국에서 유명해졌다. 외국에서도 내 만화가 인기를 얻기 바란다.”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55)는 만화 그리는 교수다. ‘교수’와 ‘만화’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그는 네 컷 만화를 통해 트위터 상에서 유명해졌다. 그가 그리는 만화는 해부학과 과학에 관한 내용이다. 의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까지 이 만화를 찾아보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는 1만 명이 넘는다. 정민석 교수를 7일 아주대학교 해부학교실에서 만났다.

처음 만화를 그린 건 해부학을 공부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즐겨 그리던 그는 그렇게 마흔부터 만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정민석 교수는 “해부학은 외울 것이 많고 어렵다. 전공자로서 쉽고 재밌게 해부학을 가르쳐 주고싶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어렵고 따분한 과목을 즐겁게 접하는 데 만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정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만화를 올리면 바로 반응이 올라와 좋다고 한다. 그는 SNS(트위터·페이스북)에 만화를 올리기 전 개인 홈페이지와 언론사 과학연재 코너를 통해 만화를 올려왔다. 하지만 게시만 가능할 뿐 사람들 반응을 알 순 없었다. 그는 “내 만화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싶어 SNS에 만화를 올리기 시작했다”며 “SNS에 만화를 올리면 댓글이 바로 올라와 바로 앞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정민석 교수가 그린 네 컷 만화. / 사진=정민석 교수 트위터 캡쳐
만화가 SNS상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하자 그의 만화를 리트윗(트위터 상에서 공유)하는 이가 하루 1000명을 넘기도 했다. 심지어 패러디물까지 올라왔다. 정민석 교수는 “지난해 이맘때쯤 반짝스타가 됐다. 갑자기 인기가 생겨 당황스러웠다”며 “지금은 그 정도까진 아니다. 지난해 인기를 냄비라고 치면 지금의 인기는 뚝배기 같다.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만화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SNS에 만화를 올려 사람들이 무료로 보면 책이 덜 팔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SNS가 홍보수단이 되고 있다”며 “트위터에 올라온 만화를 보고 책을 샀다는 이도 많다”고 말했다. 한 팔로워는 “웹 상에서 공짜로 정민석 교수 만화를 볼 수 있지만 팬이라 책을 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 교수 인기는 어느 연예인 못지않다. 그의 트위터에는 ‘내 이상형 정민석 교수 같은 남자 어디 없나’, ‘선생님을 길거리에서 뵙게 되면 엄청 반가울 것 같다’, ‘트위터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중장년 남성’ 같이 그에게 애정을 표하는 팔로워들이 많다. 그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기거나 독서모임을 갖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출판사가 마련한 Q&A 생방송 때 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위해 접속한 사람은 150명이 넘는다.

물론 유명해져서 행복하지 만은 않다. 정민석 교수는 악플에 상처받을 때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해부학에 대해 쉽게 표현하기 위해 단순화해서 그리면 전문가들이 이를 비판할 때가 있다. 교수가 할 일이 없어서 만화나 그리냐는 공격성 악플도 받았다. 그는 “합리적 비판에는 사과나 해명하지만 심한 악플을 볼 땐 SNS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라며 “난 연예인이나 정치인 같이 인기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악플까지 감내하자니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SNS가 마약같아 아직까지 그만두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SNS를 그 어떤 것보다 건전한 취미활동이라고 칭한다. 정 교수는 “일하기 싫을 때마다 SNS에 만화를 올린다. SNS를 통해 내 만화나 나에 대해 호응하는 사람과 소통하면 즐겁다”고 밝혔다. 특히 SNS 상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때 가장 보람 있다. 해부학관련 질문이나 의학 쪽 진로상담에 대해 그는 일일이 답변해준다. 그의 만화를 보고 해부학이 더 이상 무섭지 않다는 학생의 글을 보고 뿌듯했다고 한다.

그가 팔로워들에게 도움을 주듯 팔로워들이 그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가 올린 만화 내용 중 오류가 있을 때 팔로워들은 이를 바로잡아준다. 또 팔로워들의 재밌는 댓글을 보며 정 교수는 만화 소재를 얻기도 한다. 그는 “만화가 재밌어야 하다보니 팔로워들이 남긴 재밌는 이야기를 만화에 써먹기도 한다”며 “나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팔로워들에게 늘 고맙다”고 말했다.

지금 정민석 교수는 SNS 스타라고 불리지만 그는 더 많은 사람이 그의 만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한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해부학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에게 자기 분야에 대해 쉽게 풀이해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소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만화를 마음껏 볼 수 있도록 SNS에 게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석 교수의 최종목표는 외국 학생들도 그의 만화를 많이 봐주는 것이다. 아직까지 외국 팔로워는 없지만 그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영어로도 네 컷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는 이 영어만화도 SNS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정민석 교수는 “가수 싸이가 한국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외국에서 유명해지는 것이 국위선양하는 길이다. 나도 싸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내가 만든 해부학 네 컷 만화를 미국 의대생이 보고 독후감을 쓴다면 감격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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