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각으로 건마다 포지션 변경하기 보다 장기적 현금흐름 고려"

영국발 부동산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대표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상황을 주시중이나 개별 자산의 조정 보다는 장기적인 현금흐름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국민연금 나주 본사 /사진=뉴스1

 

해외 대체 투자로 영국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연기금에 비상등이 켜졌다.영국발 부동산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가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영국 현지에서는 영국 부동산 펀드 가운데 7개가 펀드 환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영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영국 부동산펀드 자산 250억 파운드(약 37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의 자금이 묶였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에서 시작한 유동성 문제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당연히 영국 부동산을 매입한 국민연금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영국 부동산에서 유동성 위기가 생겼지만 당장 포지션 조정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국민연금 입장이다.  장기 현금흐름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기금의 투자 특성상 개별 투자 건을 조정해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이다.

지영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지원실 팀장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며칠 사이에 영국 내 부동산 펀드 이슈가  불거져 나오고 있지만 하루이틀 사이에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기 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영향력을 파악하고 시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단순히 높은 수익률만 쫒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들어올 수 있도록 분산해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투자 건에 이벤트가 하나 발생했다고 해서 포지션을 쉽게 바꾸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중장기 전략적 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기 성과보다 연금 가입자들의 은퇴후 연금 수령을 위한 현금흐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이나 채권 같은 특정 자산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를 분산시킨다고 했다. 이 경우 절대수익률은 특정 자산에 집중했을 때보다 낮지만 다른 자산군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당사자들의 생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서 괜찮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해 안정적 임대수익에 평가이익까지 올렸다. 

국민연금은 부동산 펀드가 아닌 프로젝트 투자로도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런던 버킹엄 궁전 바로 옆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40 그로스브너 플레이스 투자 건이다. 이 투자 건은 공실률이 낮아 장기적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투자에 대해서는 매각을 통해 차익도 챙겼다. 국민연금은 2009년 런던 HSBC 본사 빌딩을 매입한 뒤 2014년 매각해 5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15조4834억원으로 직전연도인 2014년에 비해 3조원 이상 증가했다. 국민연금의 대체 투자 비중은 2015년말 기준으로 10.7%다.

지영혜 팀장은 "국민연금은 중장기 운용전략에 따라 다양한 자산군의 상관계수는 물론 지역적 영향력을 고려해서 투자 자산을 배분했고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현금흐름도 고려한다"며 "전체자산 중에서 해외대체투자 그 중에서 부동산 또 그 가운데 영국 혹은 유럽 지역에 투자된 자산에서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다고 짧은 시각으로 건마다 포지션을 바꿀 경우 오히려 장기적인 수익률과 현금흐름 매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국민연금의 장기 투자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장기 운용전략이 브렉시트와 그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