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인터뷰…육아 로봇 개발 중

 

 

 

애플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 코르타나(Cortana), IBM 왓슨(Watson), 딥마인드 알파고 등 인공지능이 이제 낯설지 않다.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 정보 기기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일정 예약, 날씨 예보, 포털 검색 등 갖가지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설거지나 방 청소, 빨래처럼 가사를 대신하진 못한다.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일상의 업무나 과제를 능숙하게 처리하려면 물리적 실체를 가진 로봇과 결합해야 한다. 일본과 미국에선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선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육아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장병탁 교수는 소셜로봇 ‘페퍼’ 같은 휴머노이드에 탑재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장 교수는 “로봇은 가장 이상적인 인공지능이다”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로봇 분야 석학인 장병탁 교수를 지난 5일 서울대 바이오지능연구실에서 만났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결합하고 있다.

로봇은 기계공학 영역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공학 내지 뇌과학 분야다. 한국에선 로봇과 인공지능 연구 간 경계가 분명하다. 각자 자기 분야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지 두 분야 연구 성과물을 공유하지 않는다. 또 국내 산업계는 하드웨어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소프트웨어 기술은 취약하다. 국내 인공지능 기술로는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을 탑재하기도 쉽지 않다.  

 

이상적인 인공지능은 로봇이다. 인공지능이 로봇에 탑재돼야 인간처럼 상황과 대상물을 인지하고 이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 지각한 뒤 행동하고 다시 인지하는 퍼셉션(지각)-액션(행동) 순환고리가 만들어진다.  지금 인공지능은 인터넷 문서, 글자나 텍스트만 인지한다. 인공지능 로봇은 텍스트 외 다른 정보를 얻고 이에 맞춰 반응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앞으로 과제는.

갈 길이 멀다. 인간이 물체를 보고 반응하는 과정을 분석하면 지각한 뒤 행동한다. 행동하면서 얻은 정보나 지식은 나중에 동일한 물체를 지각하는데 기여한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은 TV나 TV 사진을 본 뒤 대상물이 TV라는 사실만 지각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은 TV를 한번 보고 나면 다른 상황에서 다른 모양의 TV를 보더라도 TV라고 인지할 수 있다.

이처럼 지각하고 행동하고 다시 인식하는 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인간 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물리적 실체를 가진 로봇에 인공지능이 탑재될 때 가능한 일이다.

범용 인공지능,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 수준은.

AGI 개발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꿈이다. 아직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내 연구는 지각과 행동을 반복하는 인공지능 영역이다.

지각하고 다시 정보를 체득하는 인공지능은 인간 뇌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 점이 중요하다. 텍스트만으론 한계가 있다. 커피를 텍스트로 아는 것이 아니라 향도 맡고 뜨거운 커피를 쏟아도 보고 해야 커피의 실체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마디로 몸으로 익히는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텍스트로만 배운 인공지능은 배운 척하는 거지 무엇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엄마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소셜로봇 페퍼와 차이점은.

페퍼는 로봇 연구에 가깝고 엄마 로봇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페퍼 같은 로봇 안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생산한 로봇들에 시험적으로 탑재해 실험하고 있다. 페퍼에도 탑재할 방안을 찾고 있다. 소트프뱅크와 협의해야할 사안이다.

감정도 인간 두뇌의 물리·화학적 기제 중 하나다. 딥러닝이 인간 두뇌를 베낀 것이라면 인공지능도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인공지능이 감정을 갖추려면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간이 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감정 표현이듯 인공지능도 물리적 실체를 가진 몸으로 느끼고 상호작용하면서 감정을 배울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일자리의 경우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지금도 기계나 로봇이 많은 산업 분야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그럼에도 로봇은 유용하다. 로봇은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을 해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석 등 고등 지능이 필요한 과제를 잘 처리한다. 막상 우리가 몸으로 쉽게 처리하는 일은 못한다. 나는 기존 컴퓨터와 다른 과제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인공지능은 딥러닝, 머신러닝 등을 통해 스스로 데이터를 찾아서 배운다. 기계가 똑똑해지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이 더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지능폭발 (Intelligence Explosion)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수십억년에 거쳐 지능을 발전시켰다. 오랜 기간 진화했다. 인공지능도 50년 내지 100년 안에 해결하기 힘든 병목(bottleneck)이 나타날 수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어떤 능력을 갖게 되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겠는가.

생존본능과 복제능력이다. 자가 복제도 생존본능의 연장이라면 결국 생존본능이 핵심이다.

 

로봇이 의지와 욕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인공지능 로봇은 의지와 욕망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의지와 욕망을 프로그램에 바로 넣는 것은 무의미하다. 머신 러닝은 스스로 학습하고 다음 과제를 찾아 나선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배워 의지와 욕망을 가질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바둑을 이겨야 한다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지금도 간단한 프로그래밍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바둑을 스스로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겨야 한다는 목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에 욕망을 심으려면 다른 연구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과정을 찾는 중이다.

        

한국 기업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이 한국에게 중요한 전환점이다. 국내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 로봇 제작 부문에서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만나면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은 가전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지보(Jibo)나 페퍼 같은 로봇은 가전제품이다. 로봇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한국은 세계 가전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