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까지 빚문제 전이 …사회도 가계 빚 증가 책임 있다"

김미선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 / 사진=이준영 기자

 

가계부채 규모가 지난 3월말 기준 1223조원을 넘었다. 역대 최대치다. 생계를 위해 고금리 빚을 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대부업체와 2금융권 대출액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다. 소득은 늘지 않았다. 빚으로 고민하는 개인과 가계도 많아졌다.

서민들의 빚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기간 활동해온 김미선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을 만나 가계 부채의 특성과 원인, 해법 등을 물었다. 김 센터장은 에듀머니에서 재무 상담과 약탈적 금융 환경 등을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 활동을 했다. 지난 3월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을 맡아 빚으로 고통 받는 시민과 가계를 돕고 있다.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는 지난해 3월 문을 연 후 지금까지 4495명의 금융복지상담을 실시했다. 채무자 275명의 개인회생과 파산면책을 도왔다. 특히 성남시는 채무대리인제를 운영했다. 대부업체의 과도한 추심을 막아 채무자들이 정상적 일상 생활을 하도록 도왔다. 

김미선 센터장은 무엇보다 법원의 개인회생, 파산면책 판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래 동안 빚으로 고통 받던 채무자가 새 삶을 살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정상적 경제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빚 상환 능력이 없음에도 오랜 기간 빚 독촉과 압박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법원의 파산면책과 개인회생 판결은 이들이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이 빚 독촉과 이자로부터 자유로워 지면 정상적 경제 활동이 가능해진다. 이들이 정상적 경제활동에 참여해 소비가 늘면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현장에서 경험한 법원의 채무자 판결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신청자 가운데 개인회생과 파산면책을 받은 이는 5명 중 1명꼴이다. 개인회생 변제금액도 과하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3월 센터 문을 연 후 1200여명의 채무자가 법원에 개인회생과 파산면책을 신청했다. 그 중 275명만이 회생과 파산면책 판결을 받았다. 5명중 1명만이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비율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개인회생 변제금액도 채무자 경제 수준보다 과한 경우가 많았다. 한달에 50만원~100만원 씩 5년간 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법원이 판단을 채권자 우호적으로 하지 않길 바란다."

김미선 센터장은 정부가 소액 장기 연체 채권을 일괄 소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의 정상적 활동을 위해서다.

"정부 주도로 10년 이상 원금 기준 1000만원 미만 채권 소각이 필요하다. 1000만원 미만 빚을 10년 이상 못 갚는 이들은 정말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서민들이 상당하다. 상환 능력이 없는데도 10년 이상 독촉 받은 채무자들이 정상적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중에는 이자만으로 원금 이상 갚은 이들도 많다. 원금이 400만원인데 이자를 1400만원 낸 사람도 있다. 소액 장기 연체 채권은 원금의 1~5% 수준으로 사올 수 있다."

그는 가계와 개인의 빚 증가에 사회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투자 유도책 등의 정책을 실행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기업은 신용카드 사용 규제를 완화하고 주식, 펀드 등 원금을 잃을 수 있는 투자를 유도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부추겼다. 동시에 저금리 환경도 만들었다. 사람들은 낮은 이자로 대출을 늘려 주식, 부동산에 투자했다. 자산효과로 소비와 대출은 더욱 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누군가 빚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버블이 터질 수 있다. 과도한 빚 거품을 경착륙시키기 위해선 가계 소득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가계 소득은 그대로고 조선업 등에선 해고자가 늘고 있다."

그는 이어 "빚 문제는 저소득층 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찾는 이들 가운데 비수급권자가 70%를 넘는다. 이는 중산층까지 빚 문제가 전이됐다는 것이다. 이들도 불법 사금융, 대부업체, 저축은행까지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김미선 센터장은 가계와 개인이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계와 개인의 재정건전성에서 중요한 것은 즉시 현금화 할 수 있는 돈의 규모다. 소득과 자산이 많아도 주식·부동산 등 고정자산과 부채가 대부분이면 급히 돈을 써야 할 때 빚을 내야 한다. 돈이 묶여 빚을 져서 생활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는 "개인과 가계가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신용카드 사용액을 줄이는 것이다. 없애도 좋다. 다음으로 지출을 정리하라. 만족감을 높이는 지출은 어쩔 수 없어도 만족감이 낮은 지출은 최대한 낮춰라. 그리고 주식, 부동산 투자 등 고정자산 비중을 줄여라"고 조언했다.

김미선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빚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금융복지상담센터를 적극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빚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금융복지상담센터를 많이 찾아 달라. 성남시가 공공 역할을 위해 세비로 하고 있다. 무료다. 빚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출을 늘리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투자를 유도한 사회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채무자에게만 묻고 있다. 채무자가 돈을 갚을 수 있는 기반인 일자리와 복지도 부족하다. 사람들은 가족 동반 자살 등 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린다. 이런 것을 막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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