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생존 위한 새로운 돌파구 찾아야할 판"…SK텔레콤은 충격 미미

지난 2월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가 'CJ헬로비전 임시주주총회'를 마치고 긴장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무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합병하려던 두 회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피해 정도는 기업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지난 4일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불허 결정을 내렸다.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200일이 넘는 오랜 기간 합병 심사를 기다려온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매우 충격적이고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됐다”며 “후속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방송 산업 내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 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며 “극도의 고용 불안에 시달린 직원들이 이번 결정으로 다시 벼랑 끝에 서게 됐으며 그 피해를 온전히 CJ헬로비전이 감당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시장에선 두 기업 모두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CJ헬로비전의 타격이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고 한 SK텔레콤은 사실상 직접적 타격은 없다”며 “반면 피인수자인 CJ헬로비전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과정이었던 만큼 빨리 새로운 합병 기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나 적극적 영업이 사실상 전부 멈춘 상태였다. CJ헬로비전은 인수합병 결정 전 부터 위축되는 케이블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고 SK텔레콤과의 합병을 신사업으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두 회사가 합병 발표를 하기 전부터 모든 과정을 지켜봐온 IT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CJ헬로비전은 좋지 않은 업황 속에서 가장 적합한 타이밍에 신사업으로 기사회생할 기회를 놓친 셈”이라며 “SK텔레콤은 (합병 논란) 이전 상태로 쉽게 돌아갈 수 있지만 CJ헬로비전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합병 무산으로 CJ헬로비전 뿐 아니라 케이블 업계 전반의 자발적 구조 개편도 사실상 힘들어졌다. 케이블TV는 IPTV에 밀려 가입자를 내주며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추가 M&A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공정위 결정에 생존을 위한 최후 전략마저 수정해야할 판에 놓였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방송 산업 내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 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CJ헬로비전 주가는 종가 기준 전날 대비 13% 이상 급락했고 SK텔레콤은 1% 하락세를 보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