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 기준 규제는 지역간 역차별…종부세 개정으로 이어질지 관심

 

강남구 개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 사진=뉴스1

 

지난달 28일 정부는 9억원 이하 신규 주택의 분양권 거래 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집단대출 보증한도‧횟수를 제한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부동산 규제는 여느 때와 비슷하나 다른 점도 보인다. 규제기준점이 가격으로 설정됐다. 그간 부동산 규제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 주택 평형이 이번 규제에선 자취를 감췄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시행할 때 평수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72년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된 이래 국민주택규모, 소위 ‘국민평수’로 불리는 전용면적 85㎡(33평)를 넘으면 해당 면적 이하 주택과 다른 규제를 적용했다. 국민평수보다 크면 투기성 자산으로 분류해 성격이 다른 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일례로 지난 부동산 정책을 보면 국민평수를 기준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설정, 주택기금을 통한 자금지원액 설정 등을 달리했다. 국민평수가 부동산 정책의 가늠좌였음을 알 수 있다.

과거와 달리 평수가 아닌 가격대를 겨낭한 이번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평수를 기준으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설정했다. 하지만 현재는 지방의 120평이 서울 33평보다 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에 높은 평형을 규제하면 지방이 역차별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주택 거래가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정하는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유정석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등 부처 단독으로 부동산 규제를 발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번에 (정부가) 유관부처와 함께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가격을 기준으로 규제를 한 것은 부동산이 시장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적으로 파악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주택 평형을 기준으로​ 지방과 서울에 일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4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5억26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억8200만원으로 서울과 약 2.9배 가량 차이가 난다. 모든 평수의 거래량을 기준으로 했지만 동일한 평수의 아파트라도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크게 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유 교수는 “그간 정부정책은 큰 평수를 죄악으로 삼아 규제를 가하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형 평수 인기가 늘며 투자수요가 유입되는 등 대형 평수만을 겨낭하는 정책은 실효성은 물론 정책 형평성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 가격 겨냥한 정부정책…종부세 개편으로 이어지나

이같이 부동산 가격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정한 정부의 행보가 ‘종합부동산세 개편’으로 이어질지 학계는 관심을 두고 있다. 종부세는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에 가서 법리다툼을 벌인 만큼 사회적 이슈였다.

 

 현행 종부세는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 대해 국세청이 별도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국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2003년 도입된 제도다.

종부세 개정 논란의 핵심은 다주택자 과세 기준이다. 현행 1가구 다주택자의 경우 소유주택의 전체 합산액이 6억원 이상이면 종부세 과세대상이다. 문제는 1가구 1주택자와 형평성이 어긋나는 부분이다. 1가구 1주택자는 9억원이 넘어야 종부세 부과대상이 된다. 일례로 서울에 거주하면서 아파트 가치가 9억원인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은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다주택자는 9억원이 넘지 않는데도 부과대상이 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부동산 관련 학계의 한 관계자는 “종부세 부과기준이 주택가격이 아닌 주택수에 초점이 맞춰져있기에 지방에서 저렴한 주택을 여러 채 구매해도 세금부담이 과중해지면서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가격을 기준으로 정부정책이 선회했다. 다주택자도 9억원으로 종부세 부과기준을 맞추는 등 관련 법 개정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아직 가격중심 노선으로 변경됐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본다.

 

김미경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명 이번 (집단대출 규제)정책이 부동산 가격 중심의 정책은 맞다. 하지만 강남 개포지구라는 부동산 과열지구를 겨낭해 나온 타겟정책의 성격이 강하다”며 “학계에서 종부세 개정‧폐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정부가 종부세 개정으로 정책선회를 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이같은 입장에 동의한다. 심 교수는 “해당 규제(집단대출 규제)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다. 강남이라는 지역적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를 정부의 정책적 전환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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