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우람, 이가현씨 단식 11일째, 박정훈씨 병원행

 

알바노조 소속 이가현(23), 우람(22), 박정훈(30)씨가 정치권에 최저임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단식을 11일째 이어오고 있다. / 사진=정지원 기자

평균연령 22.5세 청년 2인이 국회 정문 앞에 누웠다. 문구용 비닐로 비를 막고 검정색 우산으로 땡볕을 가렸다. 알바노조 조합원인 이가현(23)씨, 우람(22)씨는 17일부터 국회 앞에서 11일째 무기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앞선 16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박정훈(30) 씨는 26일 새벽 혈당이 54까지 떨어지면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혈당이 54까지 내려가고 맥박이 너무 느려졌다. 혈당과 맥박이 동시에 너무 내려가면 뇌에 피가 안돌아서 쇼크에 빠질 수 있다는 의사조언 때문에 병원으로 갔다”고 전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을 앞두고 정치권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총선과정에서 여야는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었다. 최저임금 수혜 대상 근로자는 342만 명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국회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총선 공약은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비난까지 쇄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 정의당은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누리당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8000~9000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강봉균 전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4월 “법인세 인상, 부자증세 등 세제를 통한 분배개선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산업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된다. 성장유지를 전제로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라며 경제공약 3,4호를 발표했다. 

 

다음은 알바노조 이가현, 우람, 박정훈 씨와 일문일답. 

 

단식 8~9일로 접어든다. 

 

박정훈: 물과 소금으로 버텼다. 너무 힘들 때는 효소를 타서 마셨다. 당이 떨어지면 쇼크가 올 수 있다더라. 행동하는 의사회가 검진을 나와 혈당과 혈압을 쟀다.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박정훈 위원장은 26일 새벽 혈당이 위험 수치까지 떨어져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가현 씨와 우람 씨는 아직 농성 중이다.)

 

이가현: 보시다시피 여기(국회 정문 앞)가 그늘이 없다. 공복에 햇빛을 그대로 받으니까 어지럽다. 며칠간 비가 와서 우산으로 가리고 앉아있었다. 화장실은 국회의사당 역을 사용했고 씻을 땐 의원회관 내 의원 샤워실을 사용했다. 

 

경찰은 뭐라고 하나.

 

우람: 도로법상 허가를 받지 않고는 천막을 못친다고 했다. 그래서 천막대신 비닐을 치고 앉아있다. 20일 경찰이 집회 신고하지 않았다고 자진 해산을 명령했다. 피켓도 없고 구호도 외치지 않고 그냥 밥을 먹고 있는데 집회라니 터무니 없었다. 경찰이 우리를 들어 국회의사당 6번 출구로 옮기고 길을 막아섰다. 정오부터 국회 앞으로 돌아가 다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노동당도 단식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그 후로도 경찰이 이틀에 한번 꼴로 경찰서 출석요구서를 들고 찾아왔다. 농성이 끝난 뒤 7월 중 가겠다고 했는데도 요지부동이다. 그제 3차 출석 요구했고 어제는 오지 않았다. 보통 3차까지 요구하면 체포된다고 들었다. 

 

다른 회원은 동참하지 않나. 

 

이가현: 전국 알바노조 지부가 연합해 1만 시간 단식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끼에 8시간으로 친다. 

 

단식 농성장을 국회 앞으로 선택한 이유는.

 

박정훈: 최저임금을 생계비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국회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총선 여야가 앞다퉈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걸었다. 총선이 끝나니 정치권 움직임이 없다. 국회에게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기 위해 단식농성장을 국회 앞으로 정했다.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가 23일 결렬됐다. 28일 최종 결정시한을 앞두고 있다. 27과 28일 6, 7차 전원회의가 열린다. 

 

박정훈: 노사는 단 한 번도 합의에 이른 적이 없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한다. 노동자 측은 최저생계비에 걸맞게 최저임금을 달라고 요구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돼있어서 매번 파행을 거듭하고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형태다. 최저임금은 14년 동안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돼 왔다. 공익위원은 노사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으로 구성된다.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할 공산이 크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노동자들이 340만이나 되는 만큼 국회나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형태로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2017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시한(28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7일 저녁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27일 오전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인상률을 최소 두자릿수 이상으로 해 7천원 이상이 되도록 의결해야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27일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환노위가 전향적인 의견을 내긴했는데, 선언보다는 실제 입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동안 체면치레가 너무 많았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