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여신한도 위반…부실 책임자 규명 후 재정 지원해야"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사진=고동원 교수

"정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은행법과 한국은행법에 의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대출규정'을 위반한다. 국책은행 자금 지원은 정부 재정 지원 방식으로 해야한다. 그 전에 국책은행, 부실기업의 부실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내놓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27일 밝혔다. 국책은행 자금 지원은 정공법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9일 조선·해운업 등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안을 통해 한은 발권력을 이용하기로 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구조를 살펴보면 한국은행은 기업은행에 신용증권을 담보로 10조원을 빌려준다. 기업은행은 이 10조원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만드는 특수목적법인(SPC)에 재대출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지급보증을 받는다. 특수목적법인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다. 기업은행은 캠코에 후순위대출 방식으로 1조원 내에서 자본확충펀드 조성에도 참여한다. 자본확충펀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행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코코본드를 매입한다. 신보의 보증 여력을 지원하기 위해 한은이 신보에 출연한다.

고동원 교수는 정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우선 은행법상 은행의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법 제35조의2 제1항은 은행이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게 할 수 있는 대출 한도를 은행 자기자본의 25%로 제한하고 있다. 은행법 제35조의2는 중소기업은행법이 적용 배제를 하지 않기에 기업은행에 적용된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고 교수에 따르면 캠코가 만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SPC)는 기업은행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다. 기업은행과 캠코의 대주주는 모두 정부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이 이 펀드에 자기자본의 25%를 넘는 10조원을 대출하면 법 위반이다.


"정부는 기업은행과 캠코의 대주주다. 자본확충펀드도 정부의 특수관계인이 된다. 결국 기업은행이 펀드에 대출해주는 것은 대주주 여신한도를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행의 자기자본은 17조4000억원 수준이다. 10조원의 대출은 25%를 넘어서므로 법 위반이다."

그는 이 조항에서 대주주 범위에 정부가 포함되는 지에 대해 "문언 해석상 정부도 대주주로 볼 수 있다. 정부를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법 제35조의2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은행법 제6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교수는 "이 조항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이 된다. 기업은행과 대출 받은 정부가 형사 처벌을 받는다. 기업은행장이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안이 한국은행법(한은법) 제64조에 의한 한국은행 내부 규정인 '한국은행의 금융기관대출규정'도 위반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한은법 제64조 준수와 관련해 한국은행의 금융기관대출규정(규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규정은 한국은행의 대출 용도를 세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자금수급 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자금조정대출), 금융기관이 금융중개 기능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출(금융중개지원대출), 금융기관이 지급·결제하는데 필요한 일중의 일시적 부족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일중당좌대출)이다. 여기에 증자 지원 용도는 없다.

고 교수는 "구조조정 목적으로 기업은행에 대출해 주는 것은 한은법과 연결되는 한국은행 금융기관대출규정의 기존 목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정부 방안대로 한국은행이 기업은행에 대출 하려면 대출 규정을 증자 지원 용도로 할 수 있다고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변경 하더라도 한국은행의 최종 대부자 대출 목적에는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유동성이 악화된 금융기관에 긴급 여신을 지원할 수 있다는 한은법 제65조가 있지만 특정 산업 지원 목적의 대출은 긴급 여신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국책은행 자금 지원은 정부 재정 지원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책은행과 부실기업의 부실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번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한국은행 발권력으로 자금을 지원하려는 것은 법적인 측면에서 여러 문제가 많다. 현재 상황은 한국은행이 최종대부자 기능을 발동해야 할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국책은행 지원은 결국 정부의 재정 지원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재정 지원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국책은행 자금 지원 전, 국책은행과 부실기업의 부실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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