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분담금∙무역 적자∙이민자 증가 등에 대한 불만 결국 탈퇴투표 가결로

영국∙유럽연합(EU)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 사진=뉴스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공포가 현실화됐다.

 

23(현지시간) 영국은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결과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할지, 떠나야 할지 여부를 묻는 개표 결과 탈퇴 51.9%, 잔류 48.1%로 최종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영국은 43년 만에 EU 품을 떠나게 됐다. EU 회원국은 기존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게 됐다.

 

2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현지시간)까지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국민투표에 등록 유권자 4650만명 가운데 72.2%의 투표율을 보였다. 탈퇴를 선택한 국민은 1741만명, 잔류는 1614만명으로 집계됐다.

 

EU 가입을 통해 얻는 경제적 실익에 대한 불만 및 이민자 복지지출 확대 부담 등이 탈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영국 경제둔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유로존 경기회복세 저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사퇴 압박 등 정치∙경제적 불안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투표를 앞두고 그 동안 여론조사에서 EU 잔류파가 탈퇴파를 앞서왔지만 최근 반대 결과가 집계되는 등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난 6일 발표된 3개의 여론조사 결과 탈퇴파가 잔류파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까지 잔류 및 탈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대등해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투표 전까지만 해도 잔류(브리메인) 가능성이 점쳐졌다. 여론조사에서도 잔류가 탈퇴를 앞서며 그 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듯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투표 당일 사전 명단 투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U 잔류가 52%, 탈퇴가 48%로 집계됐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여론조사와 달랐다.

 

개표 초반은 EU 탈퇴와 잔류가 우세를 가릴 수 없는 혼전 양상을 보였다. 24일 새벽 3(현지시간) 382개 개표센터 가운데 94개 센터 개표 중간 결과 잔류와 탈퇴가 각각 50.1%, 49.4%를 나타냈다. 개표 중반까지 잔류와 탈퇴가 근소한 차이로 우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개표율이 절반을 넘어가면서 승부의 추는 탈퇴로 점차 기울기 시작했다. 24일 새벽 4 35(현지시간) 300개 센터의 개표 결과(75% 개표율)에선 탈퇴와 잔류가 각각 51.6%, 48.4%로 탈퇴가 3.2%포인트 앞섰다.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더 벌어졌다. 89% 개표 결과 탈퇴가 51.9%로 잔류에 3.8%포인트 앞섰다.

 

382개 투표센터 가운데 320여개의 가장 많은 투표센터를 갖고 있는 잉글랜드에서 탈퇴를 이끌었다. 웨일스 역시 약 55% 정도로 탈퇴가 우위를 점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잔류가 55~62%로 높았지만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브렉시트 논의는 유럽통합에 부정적인 영국의 전통적 성향을 배경이 됐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EU 분담금 증가, 역내무역 적자 확대, 이민자 복지지출 증가 등 EU회원국으로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 점 등이 탈퇴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2014년 기준 EU에서 독일(258억유로), 프랑스(196억유로), 이탈리아(144억유로)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분담금(113억유로)을 부담하고 있다. 영국의 역내무역 적자규모는 2012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엔 역외 적자(367억파운드) 2배를 상회하는 887억파운드에 달했다.

 

지난해 영국으로 유입된 순이민자는 33만명으로 추산됐다. 시리아 사태로 난민 수용문제가 대두되며 이민자 복지지출로 인한 재정부담, 내국인 고용시장 경쟁심화 등에 따른 이민 제한 여론이 형성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경제 기관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 경제성장률 감소, 파운드화 가치 하락, 추가 관세 발생 등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EU 역내 교역량 감소,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소비 및 투자 감소 등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한편 영국 외 다른 회원국들의 EU 탈퇴 시도와 같은 도미노 현상도 잠재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오는 10월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다음 목적지로 이끌 선장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브렉시트 가결에 따른 사퇴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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