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과도한 부담금과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 작용…"경제 후퇴" 전망도

영국∙유럽연합 국기 / 사진=네이버

영국이 결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를 선택했다. EU 가입으로 인한 경제적 실익이 적다는 판단과 이민자 복지지출 확대 부담 등이 탈퇴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영국 및 유로존 경기둔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성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

 

23(현지시간)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를 선택함으로써 43년 만에 EU 품을 떠나게 된 것이다.

 

브렉시트 찬성론은 이민자 문제, EU의 과도한 부담금 대비 약한 위상 등 정치적 이유에서 제기됐다. 영국 내 이민자 순유입 규모는 2014년 기준 약 31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민자 복지지출에 따른 재정 압박과 노동시장 경쟁 심화로 반이민자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EU 재정에 대한 부담액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4위(순부담액은 3위)를 기록할 만큼 재정 부담이 크지만 EU 내 위상은 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영국은 2014년 기준 EU에서 독일(258억유로), 프랑스(196억유로), 이탈리아(144억유로)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분담금(113억유로)을 부담하고 있다영국의 역내무역 적자규모는 2012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엔 역외 적자(367억파운드) 2배를 상회하는 887억파운드에 달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Vote to Leave’(브렉시트∙EU 탈퇴)를 구호로 내세우며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 복지지출로 인한 재정 우려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자국 내 노동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하며,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게 표출됐다.

 

그 동안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게 나타났다. 잔류 지지론자들은 ‘Vote to Remain’(브리메인∙EU 잔류)을 적극 내세웠다. 반대론은 EU 탈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해서다.


영국 기업들은 그 동안 관세 없이 거래했던 EU 회원국과 무역통상 규정을 재협상해야 한다. 영국 및 EU 모두 교역이 위축될 전망이다. 영국의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경우 런던은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위상도 위협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자국내 기업 투자 지연과 해외 투자 유입 축소 우려도 있다. 영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축소될 경우, 파운드화 가치가 절하되고 수입물가가 상승해 실질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영국 소비 및 국내총생산(GDP) 축소도 불가피하다. EU 탈퇴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공동체 운명이 위협받는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사회계층, 출신지역, 지지 정당 등에 따른 투표 성향이 그대로 표출됐다. 부유층일수록 EU 잔류를 지지하고, 노년층일수록 탈퇴를 원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적으로는 런던에 EU 잔류파가 많은 반면, 중동부는 탈퇴파가 많고, 북서부는 우열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추계된 바 있다.

 

지난 2월 국민투표일이 정해진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파가 탈퇴파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변화를 기피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던 셈이다. 영국 재무부가 내세운 브렉시트의 부정적 효과들이 대중들의 심리를 움직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브렉시트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가 뚜렷해졌다. 브렉시트 지지파들이 이민문제를 내세우며 반격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달 말부터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이민문제를 앞세워 탈퇴 지지율을 상승시켰다.

 

그간 영국 정부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큰 표 차이로 브렉시트가 부결되는 것이었다. EU 잔류에 대한 투표율이 70%대 이상을 기록할 경우 향후 브렉시트 요구 재연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여부를 둘러싸고 증폭됐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런던 금융시장 불안감이 낮아지고 파운드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브렉시트가 가결됨에 따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사퇴 압력은 높아지고 정치경제적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브렉시트가 단행되면서 불확실성은 급격히 고조되고, 국제투자자들이 동요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가 10~15년에 걸쳐 후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무관세였던 EU역내무역과 EU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과의 교역이 관세화되며 영국 수출이 위축되고 수입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U와 영국의 교역 관계에 관한 재협상 결과에 따라 역내 교역을 지속할 수 있겠지만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교역은 위축될 수 있다. 유럽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 유입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역내금융상품 접근이 제한되고 금융전문인력 이탈로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해외 자금 유입 둔화, EU와의 교역 위축에 따른 상품 및 서비스 수출 부진으로 영국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7%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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