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발권력 동원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국민 보유 돈 가치 훼손

관치금융으로 국민 부담이 커졌다.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한국은행 발권력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국책은행 부실화엔 정부 책임이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도 노사 갈등을 격화시켰다. 노조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 사진=뉴스1

관치금융으로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됐다.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한국은행 발권력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국책은행 부실화엔 정부가 책임이 크다.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도 노사 갈등을 격화시켰다. 노조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인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도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조선·해운업 부실 여신으로 자금이 부족해진 국책은행을 한은 발권력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다.

금융 전문가들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국책은행을 부실화 한 정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한은 발권력 동원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금융권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부실과 분식회계가 있었다. 추가 지원하면 안 될 상황이었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총선 이후 까지 살려두기 위해 산은과 금융 당국이 대우조선의 문제점에 눈을 감고 추가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여한 서별관회의에서 국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10조원의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면 그만큼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국민들이 가진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며 "부담은 결국 국민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4조2000억원 지원에 대해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당시 정부안에는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최대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얼마씩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다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임종룡 위원장은 "구조조정은 손실 분담이다. 신규 자금 지원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를 조정하는 문제다. 그런 역할을 금융위와 내가 실제로 했고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 규모를 정하는 회의에서 산은과 수은이 합의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조정을 해줬다. 국책은행의 감독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틀 뒤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이 당국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홍기택 회장이 말을 바꿨지만 대우조선해양 지원엔 임종룡 위원장도 말했듯 금융 당국의 영향이 있었다"며 "이후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는 한은 발권력을 이용했다. 결국 문제는 정부가 일으키고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산은 관계자는 "관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관리 감독체계 개선을 위한 산은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이 아닌 민간위원이 포함된 회장추천위원회에서 제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의 자율과 자주성 확보를 위한 조항도 산은법에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도 국민이 최종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 독려했다. 지난 4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말 9개 금융 공기업은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했다.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임종룡 위원장은 금융 공기업에 성과주의 도입 후 이제 민간은행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당국과 이를 막으려는 금융 노조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금융 노조는 총파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23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산별중앙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24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낸다. 중노위가 조정 종료를 결정하면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지난달 16일 중노위가 성실 교섭에 임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으나 금융 노사는 5차 교섭에도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호봉제 폐지 및 성과연봉제 도입, 신입직원 초임 조정 및 신규채용 확대 ,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 등을 안건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개인성과 차등 임금제도 금지, 직원(신입직원 포함)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 시 노사합의, 성과평가를 이유로 해고 등 징벌 금지를 주장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노동자 임금 문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므로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금융위원장 등이 주도해 성과주의를 금융권에 확대하려 한다"며 "금융 노사 갈등 격화로 총파업이 발생하면 은행 업무 혼란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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