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중국전략기획팀장 “중국 정부 지원과 기업 수직통합전략 먹혔다”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CGV영화산업미디어포럼 모습. 박영규 CGV 중국 전략기획팀장(왼쪽)과 노철환 성균관대 영상학과 겸임교수. / 사진=CGV

 

중국 기업들의 문화산업 대국굴기가 현실로 굳어졌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지원과 이를 등에 업은 기업의 수직통합전략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그 선봉에 완다그룹이 서있는 모양새다.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CGV영화산업미디어포럼의 주된 화두는 중국이었다. 이날 주최사인 CGV 다음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회사는 중국 완다그룹이었다.

포럼에 참석한 박영규 CGV 중국 전략기획팀장은 중국 영화산업의 급격한 성장 배경으로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수직 통합 전략을 들었다.

박 팀장은 “중국이 미국을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따라잡은 동인은 정책”이라며 “CGV도 중국 사업을 하면서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게 정책이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어떤 거시적인 플랜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중국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기업 자율성을 해친다는 세간의 평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중국은 정책파워가 강하지만 짜놓은 정책 안에서는 자유롭게 경쟁을 시킨다. 규제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며 “문화산업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팀장은 중국 영화산업의 빠른 성장 요인 중 하나로 중국과 홍콩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들었다. 그는 “홍콩 영화인들이 중국으로 이동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계기가 CEPA”라며 “이들이 중국 영화산업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홍콩 영화 인력의 대륙 이동이 중국 콘텐츠의 질적 향상에 기여했다는 얘기다.

CEPA는 글로벌 합작 활성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홍콩을 통해 중국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는 영화산업에 온라인 모델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진흥 정책도 함께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3D 영화와 대형 스크린용 영화,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제작에 대해서도 지원제도를 늘렸다. 디지털 극장 건설에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영화 기업들은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나가고 있다.
 

할리우드 업체들도 중국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서정 CGV 대표는 할리우드 메이저 콘텐츠 업체들이 15억 인구의 중국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미국 내 글로벌 업체들도 내수시장만 노려서는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국산영화 장려정책을 펼치는 모양새다. 박 팀장은 “중국 국산영화 편당 관람객 수와 수입외화 편당 관람객 수가 차이가 있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국산을 훨씬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국산영화 성적이 좋다”며 “CGV 중국팀도 국산영화 라인업이 나올 때 더 기대를 크게 한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와 경쟁하지만 중국 문화사업의 분위기는 할리우드를 닮아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수천억원 가치를 지닌 배우들이 회사를 나와 1인 기획사를 만들어 활동 중이라며 할리우드의 에이전시 형태를 닮아가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중국 영화산업은 이르면 2018년 할리우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문화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선봉장은 완다그룹이다. 서 대표는 이미 중국은 최고위 지도층부터 문화산업, 그 중에서도 영화가 가진 파급력과 영향력을 너무 잘 알고 있다그 핵심에 자리한 업체가 완다라고 말했다.

 

완다의 성장과정에는 정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박 팀장은 지난 2012년 세계 문화산업계를 충격에 빠트린 완다의 미국 AMC 인수를 사례로 들었다. AMC는 당시 전세계 5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보유한 글로벌 2위 업체였다.

그는 “완다가 과연 3조원 짜리 AMC를 인수할 것인가? 의문이 많았다”며 “결국 중국 정부의 지원이 컸다. 해외 플랫폼을 장악하면 거기에 중국의 로컬 콘테츠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정부의 포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완다는 AMC 인수대금의 상당액을 중국과 해외 은행에서 금융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이 인수를 통해 완다는 전세계 1위 극장사업자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 완다는 4조원에 레전더리픽쳐스를 인수하며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레전더리는 영화 ‘인터스텔라’ ‘쥬라기 월드’ ‘다크 나이트’ 등을 만든 글로벌 제작사다.

이를 통해 완다는 영화 투자제작은 물론 배급마케팅, 티켓 예매 사이트, 극장에 이르기까지 수직통합 형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를 기반 삼아 글로벌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난 셈이다.


플랫폼을 중심에 둔 수직통합 전략은 경쟁자들의 도전도 뿌리친 모양새다. 박 팀장은 “제작 분야에서도 화이브라더스가 최근에 완다에게 밀리는 모습”이라며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장악 전략에 밀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혁신을 이끈 업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도 배급부문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아직 완다를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완다는 테마파크 사업으로 보폭을 넓혔다. 지난 5월 문을 연 ‘난창 완다 파크’는 놀이공원, 영화관, 수족관, 호텔, 쇼핑센터를 갖춘 종합 테마파크다. 지난 16일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완다는 앞으로 하얼빈, 칭다오, 광저우 등지에 잇달아 완다파크를 개장할 계획이다.

완다의 사례처럼 수직통합을 통한 거대화는 앞으로 중국 문화산업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박 팀장은 “최근 중국이 내수 중심 경제로 돌아서면서 플랫폼 등 문화산업 보조금 지원도 늘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중화권에서 IPO진행 중이다. 이는 중국 업체들의 거대화를 촉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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