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설비고장 가속화 우려 커져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왼쪽 네번째)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을 비롯한 개성공단기업협회원 10여명은

 

정부가 17일 개성공단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지원금이 기존 정책에 개성공단을 끼워넣는 수준에 불과한 데다 보상액도 턱없이 적다는 입장이다. 2월11일 개성공단에서 기업이 철수한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 근로자는 보상안을 합의하지 못했다. 보상이 난항을 겪는 와중에 입주업체와 협력업체는 도산하고 근로자는 직장을 잃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성공단 입주업체 4곳에 지방투자촉진보조금 95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지매입 비용 30%, 공장 설치비용 24%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산업협회 관계자는 “전체 업체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또, 이번 보조금은 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해야만 받을 수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경우, 대부분 사무실이 서울에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은 산업부, 기초단체, 경기도가 공동으로 비용부담을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공장이 입주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먼저 지원협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내 31개 시·군중 군포시와 김포시만 보조금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단체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역인 도라산 역이 인적이 끊긴채 텅 비어있다. / 사진=뉴스1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난 3월 공장이전 부지에 경기도까지 포함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기초단체는 여건이 안된다. 기초단체 여건이 안돼 경기도에 보조금을 신청한 기업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원금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번 지원은 근본적인 피해에 대한 보상도 아니라는 지적이나온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 약 30명은 8일 통일부에 방북을 신청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개성공단 내 설비를 점검하고 보존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통일부는 강력한 대북제재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방북은 적절치 않다며 기업인 방북을 불허했다. 

개성공단 기업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인한 유동자산(완제품, 중간재, 원자재)과 기계 설비 등 고정자산 등 손실규모를 9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정부가 회계법인을 통해 확인한 금액은 약 7000억원이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금액은 이에 못미치는 5000억원 수준이다. 이에 입주업체들은 정부 보상금을 거부했다.

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가져오지 못한 설비를 쓸 수 없게 될까봐 걱정이 크다. 장마철에는 습기 탓에 설비고장이 가속화된다. 개성공단 내 공장에는 오랫동안 가동을 하지 않으면 내부 전자회로가 고장나 쓸 수 없게 되는 고가의 설비도 많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개성공단 기업은 보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협력업체들과 입주업체들 중 도산한 기업도 수두룩하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개성공단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린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정부에 밉보일까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은 정부가 새로운 보상책을 발표하기만 기다리고만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통해 준비하던 국가배상청구소송은 사실상 일시중단했다. 근로자들은 다음주 정부 측 새로운 보상안을 듣고 소송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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