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자동차 3세 역량 차만큼 벌어진 토요타와 현대차

독일 폴크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흔들리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은 토요타자동차 천하가 됐다. 그럼에도 토요타는 혁신과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생산대수, 대규모 누적흑자 등 자만심에 빠질만한데도 토요타는 기업지배구조 혁신, 주주가치 보상, 신기술 투자 등 회사 성장잠재력 확충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 혁신의 중심축에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있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해 6월 기업지배구조 강령을 도입했다.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3명을 독립 사외이사로 채웠다. 투자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사 주식 5000억원엔를 환매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25%가량 떨어진 데에 대한 대응 조처다. 또 회사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투자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지난달 미국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업체 우버에 비공개로 투자했다.  


반면 현대차는 악전고투하고 있다. 주가자산배율이 0.6 이하를 맴돌고 있다. 시가총액이 자산의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당장 회사 자산을 모두 처분해 주주들에게 돌려주면 주주들은 시가보다 40%이상 많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자가 확신을 갖지 못하니 현대차는 터무니 없이 저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시가 5조원 땅을 10조원에 사고 수소차 투자를 고집하면서 전기차 개발에 게을리하는 등 연일 헛발질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에 투자한다고 하면서도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와 제휴를 거부하고 '나홀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계 기술 흐름에서 뒤떨어지기 일쑤다.


토요타와 현대차 간 간격은 3세 경영진 간 경험과 비전 차이만큼 벌어진다고 단정하면 지나칠까. 아키오 회장은 토요타 아키치 창업주의 손자다. 정의선 부회장도 정주영 창업주의 손자다. 둘 다 3세 경영인이다.


두 3세 경영인을 단순 비교하긴 무리일 수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건재해 정의선 부회장이 최고 의사결정권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율주행차, 친환경 차량 등 신기술 개발을 올해 78세인 정몽구 회장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정의선 부회장이 맡아야할 영역이다. 아버지 눈치 보느라 신기술 투자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현대차의 한계다.


밟아온 길을 비교하면 두 3세 경영인 간 비전과 경험의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아키오 회장은 1984년 입사해 20년간 국내외에서 근무하다 2005년 6월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표이사 사장엔 2009년 6월에 올랐다. 사원부터 사장까지 25년이 걸린 셈이다. 반면 정의선 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9년 현대차 기획·영업 담당 부회장에 올랐다. 6년만에 사원에서 대표이사로, 다시 4년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대표이사에 오른 과정도 다르다. 이사회가 검증하고 토론한 끝에 아키오 대표이사를 옹립한 것과 달리 정의선 부회장은 별 다른 논의나 토론 없이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오너 외아들이라고 경영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없던 셈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아직 지분을 승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어떤 편법을 동원할 지 걱정스럽다. 상속·증여세액이 천문학적이라 묘안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다만 그 과정이 무리하게 진행될까 우려스럽다. 특히 경영지배구조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에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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