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정책서 보호주의 색채 강해질 듯

힐러리 클린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 / 사진=뉴스1

미국 대선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이들이 내세운 공약과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 통상관계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결과에 따라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7(현지시간) 6개주에서 시행된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 결과, 양당 대통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다음달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로 지명되고, 본격적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 반대 이외에 구체적 통상정책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공화당 트럼프 후보는 경선에서 무역전쟁을 예고할 만큼 강력한 통상정책을 피력했다. 이에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무역장벽 철폐와 시장개방을 통한 무역자유화를 목적으로 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40%, 무역 비중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입국 간에 자유무역이 가능해진다는 점에 비춰볼 때 참여하지 않은 나라와의 무역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 왔던 TPP에 대해서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무역자유화로 일본과 멕시코에 일자리를 뺏겼다고 주장했고, 클린턴 후보 역시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후보는 무역협정에 민감한 미시간주 경선에서 민주당 샌더스 후보에 패배한 이후 러스트밸트(미국 북부 사양화된 공업지대) 지역 경선에서 자동차 원산지 규정 허점 등 TPP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국 내 일자리 보호 및 창출, 임금 상승이란 목표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는 통상정책 관련 파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의 제조업 약화, 일자리 감소, 빈부격차 심화 등을 FTA와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일본, 멕시코 등의 탓으로 돌렸다.

 

이에 따라 한∙미 통상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TPP, FTA, 환율정책 등 굵직한 정책 이슈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현재 발효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TPP 등 잘못된 협상으로 미국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TPP 협정 재협상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또 중국, 일본, 멕시코에 대해 고율관세(()중국 45%, ()멕시코 35%)를 부과하거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통상압력을 가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미국의 주요 무역수지 적자 상대국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기준 중국에 대해 365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독일(-742억달러), 일본(-686억달러), 멕시코(-584억달러), 한국(-283억달러) 등에 대해 적자를 냈다.

 

한∙미 통상 현안에 대한 굵직한 정책 이슈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 FTA를 포함,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국을 대상으로 협정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입규제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내 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 요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 28일 기준 한국에 대해선 반덤핑관세 15, 상계관세 3건을 부과 중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한국에 대해 반덤핑 7, 상계관세 4건 조사를 개시했다.

 

환율조작 제재 우려도 높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한 환율조작에 대한 의혹 및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독일을 감시대상국에 포함시키고, 이들 국가의 경제 흐름과 환율정책을 주의 깊게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TPP 비준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한국의 TPP 가입 논의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익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후보가 격차를 좁히고 있어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미 통상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TPP 반대, 한∙미 FTA 재검토 요구, 수입규제조치 강화, 환율정책 등에 대한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제 연구위원은 후보별 공약 내용, 정책자문그룹, 양당 지도부, 의회, 이해관계자들의 관계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정치적 논리에 따라 정부, 기업 및 유관기관의 전방위 로비 강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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