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는 정보 비대칭성 해소…변화 읽는 눈 필요

 

강방천 회장이 판교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세계 경제와 증시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정진건 기자


“지금 주식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모두 식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펀드를 운용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겠다.  주식이건 펀드건 본질적 존재 이유가 여전히 강하다(Strong). 그러니 이것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주가가 장기횡보를 하고 펀드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지만 한국 가치투자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주식이나 펀드 투자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사옥 전면에 ‘펀드도 가보(家寶)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건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관심이 식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주식, 좋은 펀드를 찾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주체는 기업인데 그 대부분은 주식회사다. 또 자산(돈)을 갖고 있는 고객과 기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주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돈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부족한 사람도 있다. 부족한 사람들이 함께 투자하는 게 펀드다. 그러니 펀드에 대한 수요도 계속 있을 것이다.”

◇정보 격차 사라져 투자의 재미 반감

강 회장은 “주식과 펀드가 역동성을 잃은 것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이 됐기 때문”이라고 풀어나갔다. “과거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했고, 그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차별성이 높았다.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의 존재 이유가 충분했다. 그로 인해 주식에 대한 초과수요가 존재했고, 그게 펀드와 주가를 상승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 접근비용이 너무 싸서 정보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의 재미가 감소한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잉투자의 부작용으로 기업들이 한동안 부진할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지난 50~60년 동안 정치인들이 미래의 카드를 당겨서 썼다. 금리인하가 대표적이다. 정치인들은 금리를 내려 미래에 성장할 부분을 끌어다 당대의 성장률을 높였다. 그 만큼 과잉투자 됐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신경제가 공급과잉 상태를 장기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공황을 설명할 때 흔히 유효수요 부족을 이유로 든다. 그런데 소비자의 수요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이 역시 공급과잉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 공급은 과거지향적인데 수요는 미래지향적으로 바뀌면서 격차가 생겼다. 지금 소비자들은 소유의 소비에서 경험의 소비로, 또 제품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로 이동한다. 여기서 공급과잉이 생기고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강 회장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 세상은 과거에 없던 공급을 만들어 새로운 공급과잉 상태를 빗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호텔업에선 객실 수가 승리의 관건이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가 들어서면서 기존 호텔과는 다른 객실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차도 마찬가지다. 기존엔 자동차회사들만 공급했다. 그게 매년 누적돼 시중엔 엄청난 차량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우버가 등장해 이미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다시 시장에 쏟아내면서 공급이 엄청나게 급증했다.” 

 

 

펀드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는 강방천 회장./ 사진=정진건 기자

 ◇변화 읽어야 시장이 보인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경제를 만들면서 주식시장에도 국가 간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지향적으로 제품생산에만 많은 투자를 한 나라들은 수요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뀌면서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했다. 한국 조선업이 한계에 봉착한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그러면서 인구구조 변화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가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야 이익도 생긴다. 그런데 누가 지갑을 여는가.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병원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기대여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으로 훨씬 오래 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헬스케어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


강 회장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를 새로운 생산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생산요소는 사람 자본 토지였다. 이 생산요소를 획득하느라 비용을 지출하고 제품을 생산해 매출을 일으키고 이익을 올리는 게 과거 회계가 다루는 범주였다. 그런데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생산요소가 등장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로 확산된 것도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가 있어서 가능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가치를 창출하는데 회계장부엔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는 기존 생산요소의 개념을 바꿨다. 토지는 고정된 것이지만 이것은 개방된 것이고, 토지가 소유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활용하는 것이다.”


강 회장은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는 기존 생산요소와 달리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는 활용할수록 가치가 커질 뿐 아니라 모일수록 효용이나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외부인들이 가치 있는 정보를 가져와 점점 더 가치가 커진다고 했다. 재무제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이 제한된 것도 무슨 까닭일까. 시장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다음은 폐쇄적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동통신도 폐쇄적이다. 이 때문에 시가총액 상단이 제한돼 있다. 이에 비해 페이스북이나 라인 카카오는 개방성을 갖고 있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는 세계로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시가총액 상단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애플이나 구글의 시가총액이 엄청나게 커진 것도 그래서다.”
 

그는 개방적 플랫폼을 갖고 활용성이 뛰어난 기업을 주시하라고 주문했다.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와 융합해 핀테크도 나오고 스마트카도 나온다. 생산요소가 개방성을 갖고 전 세계에서 활용되는 기업은 시가총액이 훨씬 커질 수 있다. 미국서 PBR 20배 기업들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강 회장은 당분간 헬스케어와 모바일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투자의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국가 차원에선 미국을 주목하라고 했다. 이 두 가지 부문에 자원배분을 가장 많이 한 나라라는 것이다.

◇바뀐 투자 패러다임엔 새 투자 수단으로

강 회장은 정보격차가 여전히 남아 있는 곳, 새로운 생산요소가 활용되는 곳, 미래의 수요가 일어나는 곳을 주시하며 새로운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기존산업에 대한 투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남아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기존 펀드도 물론 정성껏 운용할 것이다. 그러나 IPO이후 단계엔 정보의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아직 정보의 비대칭성이 남아 있는 IPO이전 단계 기업에 집중하려 한다. 시중 자금도 이이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벤처캐피탈 뿐 아니라 사모펀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많은 기업들이 돈은 있으나 비즈니스모델의 미래를 모른다. 자기 본업의 미래조차 모른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비즈니스 사이클이 급속히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에 탈출구를 제시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가진 다른 기업과 함께 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투자수단으로서 사모펀드를 연구 중이다. 7월말까지 내재적 리스크 해소 방안을 마련한 뒤 시작할 것이다. 연기금 역시 사모펀드를 필요로 할 것이다. 사모니까 49인 이내로 해야 하는데 연기금도 함께 할 것이다.”

강방천 회장
전남 신안 출신으로 한국외대 경영정보학과를 나왔다. 동방증권,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서 증권을 배웠다. 외환위기 때 대박을 낸 뒤 독립해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했고 이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으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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