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 베어링 등 호조 vs. 현대인베스트 메리츠 등 저조

 

사진=뉴스1

 

기관 투자자들의 극심한 눈치작전이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면서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극도로 저조하다. 

 

 

운용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주식형 펀드의 자금이 계속 빠져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전체의 파이가 줄어들고 이것이 다시 펀드 성과를 깎아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회사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로 플러스 수익률을 낸 자산운용사는 열 곳 가운데 네 곳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5월말까지 설정액 200억원 이상인 43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주식형펀드 전체 성적이 플러스를 낸 자산운용사는 베어링과 흥국 칸서스 NH-아문디 신영 등 17곳에 불과했다. 


이 기간 중 주가가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운용사의 성과는 대부분 저조했다. 1월부터 5월말까지 코스피는 1961.31에서 1983.40으로, 코스닥지수는 682.35에서 698.45로 모두 소폭이나마 올랐다.


성과가 특히 저조한 운용사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최고의 성적을 내는 곳으로 꼽히던 메리츠(-6.7%)나 현대인베스트먼트(-6.53%) 등이었다. 이들이 중소형주를 비롯한 개별종목에 집중했던 게 성과를 깎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오를 때조차 부실했으니 주가 하락기 성과는 말할 것도 없다. 주가 하락기인 지난 1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로 플러스 수익률을 낸 운용사는 신영자산운용 한 곳 뿐이었다. 지난 해 6월 초부터 올해 5월말까지 코스피는 2114.80에서 1983.40으로, 코스닥지수는 711.39에서 698.45로 하락했다.


시장 주도주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바뀌면서 현대인베스트먼트가 –18.25%로 가장 저조한 결과를 냈고 이어 마이에셋(-15.96%)과 KTB(-15.69) 등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지나치게 단기로 대응하거나 특정한 부문에 집중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게 이처럼 부정적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연초에 한국증시에서 순매도를 하던 외국인은 2월 이후 최근까지 6조원 이상을 지속적으로 순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릴 분위기는 충분히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글로벌 이슈에 과도하게 반응한 기관들은 끊임없이 매물을 쏟아내 주가를 끌어내려 펀드 성과를 악화시켰다.
2월말까지 늘어나던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이 3월 이후 급속도로 빠져나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3월 이후 5월말까지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4조4000억 원에 이른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증시 전체의 미래성장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하지 않고 박스권 대응을 하면서 거래량이 줄어들고 증시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나 펀드판매사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를 방치하고 채권형이나 해외주식형 펀드를 파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채권형 펀드 잔액은 85조원에서 99조원대로 14조원 이상 늘었다.


결국 기관들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앞날은 지뢰밭길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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