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자만 2000명 육박…계약직 및 협력사 감원은 추산조차 못해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관련 5개사에서 희망퇴직을 받은 결과 1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한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건물. / 사진=박성의 기자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이 본격적인 인력 감원에 착수했다. 사측에서는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희망퇴직과 업무 통·폐합 등을 통해 ‘3000명 감원설’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힘스, 현대E&T 등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관련 5개사에서 희망퇴직을 받은 결과 1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한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서 9일부터 20일까지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그룹은 희망퇴직 조건으로 최대 40개월치의 기본급과 자녀학자금 지급을 내걸었다. 수주가 줄어들며 그룹 사정이 어려워지자 고임금을 받는 장기 근속자 비중을 대폭 낮추겠다는 셈법이었다.현대중공업은 이에 앞서 조선관련 계열사 상반기 인사를 단행해 전체 임원의 25%를 감축했다. 또 기존 부서 391개의 22%인 86개 부서를 통 폐합하는 조직 개편도 마무리 지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중공업 사무직 관계자는 “생계가 걸려있는데 누가 퇴직을 희망하겠나. 사실상 강제 퇴직”이라며 “회사를 오래 다닌 직원들로서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남았다가는 인사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하다. 학자금 지원이라도 약속했을 때 나가는 게 낫다는 게 중론”이라고 밝혔다.현대중공업은 지난 19일부터 생산직 기장(과장급)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그룹 창사 이래 생산직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측은 그 동안 생산직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수주난이 깊어지자 결국 사무직 감원만으로는 비용 절감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업계에서는 이번 생산직 희망퇴직자가 5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부터 휴일연장근로를 폐지하고, 평일 고정연장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연월차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기본급이 적은 생산직으로서는 실질 임금이 대폭 줄게 됐다. 이 탓에 희망퇴직을 통해 목돈이라도 건져보자는 의견이 생산직 사이 팽배해 있다.정병천 현대중공업 노조부위원장은 “군산 조선소를 방문한 결과 퇴직을 희망하는 노동자 수가 생각외로 많았다”며 “임금 삭감이 예고된 상황이다. 정년퇴직을 앞둔 노동자 중 희망퇴직을 지원하는 자가 매일 급증하고 있다. 500명을 넘어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현대중공업이 정규직에 감원 칼날을 들이댄 상황에서, 계약직 대량 해고도 곧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수주물량이 말라버린 해양부서와 LNG 생산부에 속한 계약직들이 해고 대상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관련 부서에 속한 계약직 수는 300여명이다.이 밖에 부서 간 업무 통·폐합으로 단순 서무업무가 줄어든 탓에 고졸 여사원 300여명도 감원 공포에 떨게 됐다. 노조에서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퇴직금 감소를 우려해 연내 퇴직을 고려하는 이들만 600~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밖에 2·3차 협력사에 속한 이들 중 계약을 해지당한 직원과 물량팀(일용직) 해직자는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우려했던 3000명 감원설이 현실화되며 울산과 거제 지역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사측 잘못으로 경영이 어려워졌다. 그 짐을 직원들이 떠안게 된 상황으로 사측이 생산직으로까지 감원을 확장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이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게 될 비정규직 직원수는 추산하기도 어렵다. 정부와 사측이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일방적인 감원은 파국을 낳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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