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소비자 가격 인상 등 또 다른 피해 올 수 있어" 반론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재소환된 지난 9일 전국적으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옥시제품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충북지역에서 펼쳐진 옥시제품 불매운동 기자회견,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옥시 제품 불매 집중행동 기자회견, 울산 남구 롯데마트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관련 가해기업 옥시 불매운동' 기자회견.

 

 

 

소비자가 옥시 가습기살균제 같은 제조물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때 그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을 두고 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소비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하되 그 부담을 줄여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업계는 '그로 인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25일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옥시 재발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세미나에서 박동진 연세대 교수는 “제조물책임법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면서 "비자의 증명책임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옥시 가습기살균제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가해기업의 잘못을 증명해야 하는 현행제도가 피해자에게 너무 가혹하고 증명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증거가 가해자 측에 편재돼 있거나 입증에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원고(피해자)가 전문성이 없다면 증명책임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현행 민사소송법 상 문서제출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관련 문서의 제출명령을 받은 가해기업들이 불리한 내용은 누락하거나 심지어 아예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가해기업이 증거와 관련된 문서의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이에 박 교수는 문서제출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정보제출명령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 제도는) 정보공개명령에 불응하면 피해자의 피해사실이 바로 증명된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재영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피해사실의) 인과관계 추정에서 (소비자의) 증명부담을 경감하는 다소 적극적인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 규정이) 블랙컨슈머들의 불법적 보상요구를 정당화하거나 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피해자의 증명책임 경감이 소비자 가격 인상 등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윤현욱 중소기업중앙회 공제기획실장은 “사고는 곧 제조물 결함이라는 등식이 확산된다면 제품 안전성 확보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과 인력 그리고 생산물배상책임(PL) 보험료 인상 등 제조원가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청사로부터 하도급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을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거래 계속을 위해 그 책임을 떠안는 현상도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실장은 “과도한 피해자 보호가 건전한 산업경제활동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다수의 건전한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제조물 피해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밝히면 그 결함이 증명됐다는 판례에 맡겨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문서제출명령제도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신 실장은 "정보제출명제도의 도입 논의는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소송 제기 전 증거조사제도)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김관영 국민의당 주최로 의원회관에서 열린 '옥시 재발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 현장/사진=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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