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차별화, 스페셜티보다 저렴…더운 날씨도 호재

찬물이나 상온의 물을 이용해 우려낸 콜드브루 커피 인기가 뜨겁다. 사진은 스타벅스 콜드브루 시음모습. / 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콜드브루 커피 돌풍이 심상치 않다. 한국야쿠르트가 커피시장에 진출하며 처음 내놓은 콜드브루는 출시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매출 90억원을 넘어섰다. 커피업계 강자 스타벅스의 콜드브루도 인기다. 업계는 차별화 된 커피를 찾는 소비자 수요를 돌풍의 동력으로 꼽았다. 스페셜티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가격도 인기를 뒷받침했다.

콜드브루(cold brew)는 이름 그대로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이나 상온의 물을 이용해 우려낸 커피를 뜻한다. 추출된 커피 원액은 냉장으로 보관한다. 이를 하루 이틀 정도 저온 숙성하면 풍미가 살아난다. 3일에서 7일 간 숙성하면 맛이 더 깊어진다.

커피시장에 처음 진출한 한국야쿠르트가 콜드브루 시장에 불을 지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3월 세계적인 바리스타 찰스 바빈스키와 협업해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3종을 내놨다. 아메리카노와 라떼, 앰플 등 세 음료 모두 물과 커피, 국내산 우유 외에 인공첨가물은 넣지 않았다.

야쿠르트 아줌마와 전화·홈페이지 신청만 활용하는 판매방식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유통방식이 아닌 셈이다. 이유는 열흘에 불과한 유통기한에 있다. 로스팅 후 커피의 맛과 향이 깊게 풍기는 시간을 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판매에 불이 붙었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는 3월 초 출시 이후 채 세달 이 안 돼 520만 잔이 팔렸다. 매출액은 90억원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커피업계에서는 스타벅스 콜드브루 인기가 도드라진다. 스타벅스가 지난달 19일 전국 100개 매장에서만 내놓은 콜드브루는 출시 한 달 만에 20만잔이 팔렸다. 회사 측은 기대 이상의 성과 덕에 이 메뉴를 전국매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스타벅스 콜드브루 제조방식은 까다롭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원두를 블렌딩해서 로스팅한 전용 원두를 사용해 소량을 장시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1일 준비된 양만 제공이 가능하다. 개발기간만 1년이 걸렸다. 스타벅스 측은 매장에서 준비한 물량이 당일 오후에 조기 매진된다고 전했다.

업계는 차별화 된 맛을 찾는 소비자 수요를 콜드브루의 인기요인으로 꼽는다. 카페에서 편의점, 마트까지 커피 제품이 쏟아지다보니 다른 맛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는 얘기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이를 스페셜티와 콜드브루를 비교하며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스페셜티가 고급원두로 각광받고 있지만 생산량이 한정된 까닭에 가격대가 높다”며 “반면 콜드브루는 특정 원두가 아니라 여러 지역 원두를 블렌딩 해 풍미를 내기 때문에 훨씬 많이 생산할 수 있어서 가격대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콜드브루가 합리적 가격에 차별화 된 커피 맛을 즐기려는 소비자 수요에 들어맞았다는 얘기다.

콜드브루는 아메리카노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세대 사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메리카노는 뜨거운 압력을 가하다보니 탄 맛이 난다”며 “그런 맛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에게 콜드브루는 훨씬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커피”라고 설명했다.

콜드브루 인기의 또 다른 원동력은 더워지는 날씨다. 이런 경향은 미국에서도 확인된다. 5월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시장에서 에스프레소와 라떼를 차갑게 만든 아이스커피 시장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전의 아이스커피는 주로 소매점에서 파는 캔커피로 형태로 출시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고품질의 아이스커피를 내놓으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스타벅스 프라푸치노가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콜드브루 시장이 점점 성장하는 추세다.

실제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폭염이었던 5월에는 평소보다 매출이 14%나 올랐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도 “소비자들이 여름에 접하기 알맞은 커피라서 최근 더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9월 이후 시장상황에 대한 전망은 업계에 따라 미묘하게 엇갈렸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처음 출시했을 때도 3월이었다”며 “다른 업체와는 다른 판매조직이 있고 뜨거운 물에 타서 먹을 수 있는 앰플도 함께 출시했기 때문에 큰 부침이 있으리라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콜드브루는 차갑게 내리는 음료라 겨울에 뜨겁게 마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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