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강화로 일감 늘어…중국·동유럽보다 기술력 높은 한국이 유리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7월 인도한 15만5천 입방미터급 멤브레인형 LNG선. / 사진=현대중공업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하며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연내 시설 및 인력 감축이 시작되면 유동성에 숨통이 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수주 공백이 현실화되는 내년이다. 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도크가 빌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곳간을 장기간 비워둔다면 ‘2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조선사가 친환경선박 개조시장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하는 2018년까지 저부가가치 시장에 뛰어들어 보릿고개 버티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국내 조선사는 이익률이 높은 해양플랜트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해 왔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떨어지는 선박 리트로핏(Retrofit‧성능개선) 분야는 등한시했다. 기술력이 떨어져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한국에 밀린 중국이 이 시장을 장악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조선사 엔지니어는 “선박 개조시장은 일반적인 선박 수리시장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며 “단기적으로 조선·해양 수주가 급감한 한국 조선사가 충분히 노려볼만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선박 개조시장 성장세도 점차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선박 친환경규제가 강화된 탓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 발주되는 선박에 대해 더 엄격해진 오염방지 3차 규제(TierⅢ·티어3)를 적용키로 했다.

강화된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선박에 황산화물(SOx)을 제거하기 위해 스크러버(Scrubber)나 저감장치(SCR)를 설치해야 한다. 기술경쟁력이 뛰어난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개조 수주에 뛰어들 경우 관련 시장을 과점하던 중국이나 동유럽으로부터 상당한 수주량을 뺏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황이나 질소 규제가 강화되면 스크러버와 SCR은 필수다. 이를 설치하고 선박을 개조하는 시장이 향후 4~5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국내 조선사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본격적으로 (개조시장) 수주에 나선다면 꽤 많은 실적을 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업 시장환경이 선박 개조시장에 뛰어들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건비가 경쟁국에 비해 비싼 탓에 저가수주에 나설 경우 해양플랜트처럼 또 다른 적자만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선사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선박개조에 한해서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을 단기채용하는 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는 노사가 고용 안정성과 임금 삭감을 서로 맞바꾸는 스왑딜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 연구원은 “중국과 동유럽 조선소는 인건비가 낮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외국인 채용이 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라며 “다만 조선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과 고용력이 매우 크기에 외국인 채용문제는 끝까지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도크가 비는 내년 하반기 조선업 위기가 본격화 된다. 인건비를 양보하고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일정 이상의 매출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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