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더 얼라이언스 합류 불발...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주식 매각 문제 격화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지분을 모두 팔아 치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과 두 딸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 사진=뉴스1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각각 다른 숙제를 떠안게 됐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해운업계 제3의 해운동맹에 참여하지 못한 가운데 용선료 협상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필수조건이던 해운동맹 유지에는 성공했다. 다만 검찰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회사 주식을 매각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부당하게 청취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며 ‘경영진 먹튀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13일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 MOL, K-LINE, 대만의 양밍 등 6개사와 제3의 해운동맹인 '더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당초 더 얼라이언스 합류가 유력시 됐던 현대상선은 동맹이 유보됐다.

더 얼라이언스 출범으로 전 세계 해운동맹은 전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2위 스위스 MSC가 결성한 ‘2M’, 중국 원양해운그룹(코스코)과 프랑스 CMA CGM,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 등이 참여한 ‘오션 얼라이언스’ 3강 구도로 재편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동맹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동맹에 속하지 못하면 선박과 항로 네트워크, 항만 등을 공유할 수 없어 경쟁사 보다 연간 수 억 달러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부터 마무리한 뒤 6월 중 동맹참여를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낙관론이 팽배했던 당초 예상과 다르게 용선료 협상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22개사의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벌여왔다. 용선료 협상 대상자는 컨테이너 5개 그룹, 벌크선 17개 그룹이다.

이 중 벌크선 그룹은 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와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용선료 7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이 협상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협상 마감 기한은 이달 20일까지다.

한진해운은 더 얼란이언스 참여 확정으로 큰 산을 하나 넘게 됐다. 채권단은 한진해운 자율협약을 위해서는 해운동맹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용선료 협상은 ‘드림팀’을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한진해운 자문 로펌은 영국계 프레시필즈(Fresh Fields)다. 프레시필즈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 짐(ZIM)이 해외 선사들과 2013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진행했던 용선료 재협상을 성공 시킨 바 있다.

문제는 최은영 전 회장이다. 최 전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회사 주식을 매각하기 전에 미공개 정보를 부당하게 청취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회장은 그 동안 “주식매각은 자율협약 사실을 모르고 진행한 일”이라며 미공개 정보 입수사실을 부인해 왔다. 최 회장과 두 딸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 6~20일 보유 중인 주식 97만주 전량을 27억원가량에 매각했다.

검찰이 최 전 회장이 경영 악화와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보고를 받고 자율협약 신청 전에 서둘러 매도에 나섰다는 의혹을 증명해낼 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이에 대한 한진해운 입장 표명도 불가피해졌다. 경영진 도덕성 논란으로 파문이 확산될 경우, 채권단의 자구안 이행기준이 보다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현금이라는 실탄확보와 더불어 정신무장이 필요한데 양측 모두 장애물이 많은 상황”이라며 “한진해운은 동맹참여로 한숨 돌렸지만 최 전 회장이 문제다. 기소 사실이 모두 진실일 경우 도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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