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경영난에 대한항공 노사분규...‘포스트 조양호’ 체제 가시밭길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이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 사진=뉴스1

한진그룹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39년 역사의 한진해운은 경영난 끝에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승승장구하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일명 땅콩회항사태를 빚은 데 이어 올해는 노사분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진가() 수장 조양호 회장 위상도 바닥을 쳤다. 한진해운을 흑자전환 시키며 조양호 매직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1년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조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올해가 조 회장 경영인생 2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리더십이 무너질 경우 3세 경영에도 물음표가 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년 사이 상황 변한 한진해운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이 38세였던 1986 한진해운은 자본잠식이 발생할 만큼 부채가 커져 있었다.

 

당시 한진그룹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내에 해운조직을 신설하고 통합 경영을 실시해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였다. 대한항공에서 사용하던 첨단 통제시스템을 해운업에 국내 최초로 도입해 결국 한진해운을 회생시켰다.

 

30년 뒤 한진해운은 다시 좌초위기에 몰렸다. 2006년 조수호 회장 사망 후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 전반을 담당하며 발생했다.

 

최 회장 부임 후 글로벌 경기는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물동량은 줄었다. 이 탓에 해운업 호황기 비싼 용선료를 지불하며 고가 선박을 대량 임대했던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

 

조 회장이 다시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조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을 직접 인수한 뒤 20151분기 영업이익 15503100만원, 당기순이익 2291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당시 언론에서는 조양호 매직이 통했다며 한진해운 회생을 점쳤지만 결국 한진해운은 5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견디지 못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경영권까지 내놓았고 30년 전 기사회생(起死回生) 신화 재현에 실패했다.

 

대한항공도 시끌’...조원태 승계에도 영향

 

한진해운이 휘청하는 사이 대한항공도 난기류에 봉착했다. 실적은 좋다. 올해 대한항공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0% 증가한 319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0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사관계다. 대한항공 노사는 총 여섯 차례에 걸친 임금교섭에도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해 말 임금교섭 결렬 이후 100여일 만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임금인상률을 둘러싼 의견차로 협상이 결렬됐다.

 

설상가상 노사관계를 조율해야할 조 회장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쓰며 사태가 더 악화됐다. 지난 3월 한 조종사가 업무가 어렵다며 SNS에 글을 게시하자 조 회장은 댓글을 통해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라고 썼다.

 

결국 조종사 노조는 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댓글을 달아)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며 “SNS의 공유기능과 전파력을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굳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내부 직원들의 신뢰를 많이 잃게 됐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상황이 악화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마저 내려놓았다. 20117월 동계올림픽 유치를 직접 이끌어낸 조 회장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단이다. 조 회장은 재계의 가장 큰 행사로 꼽혔던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경제사절단에도 불참했다.

 

재계에서는 항공과 해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조 회장 리더십이 재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한진해운보다는 대한항공 노사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2014년 불거진 땅콩회항사태로 기업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노조신뢰까지 잃게 될 경우 향후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의 경영세습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경영난은 조 회장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재출연 문제가 얽히긴 했지만 이미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문제는 대한항공이다. 당장 항공 시황이 어렵지 않은데 조현아 전 부사장부터 조 회장까지 경영진이 일을 어그러뜨리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대한항공 노사문제가 악화돼 조종사 파업이나 집단 퇴사문제까지 번질 경우 조 회장뿐 아니라 조씨 일가의 족벌경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향후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의 경영세습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조 회장이 부친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을 잘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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