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하셨습니다. 체크카드 보내주세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구직자에게 보낸 서류 / 사진=금융감독원

#A(21)씨는 최근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통해 B회사에 구직 신청하고 합격했다. B사는 A씨에게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이력서 제출을 요구하며 거래은행 및 계좌번호를 물었다. 체크카드를 이용해 출입증을 만들기 때문에 비밀번호도 알려달라고 말했다. 또 체크카드를 택배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이후 B사가 전화를 받지 않자 통장내역을 확인해보니 출처불명의 자금거래가 통장에 찍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이후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금융회사에 등록됐다. 

 

신규 채용을 빌미로 합격자에게 체크카드를 받아 대포통장으로 활용하는 사기 피해 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취업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3월까지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센터에 접수된 이 같은 사례는 51건에 달했다. 

 

사기범은 구직난으로 채용 합격 통지를 받은 구직자들이 고용주 요구사항을 거부하기 어려운 심리를 이용해 대포통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포통장 사용이 어려운 농협·하나은행·지방은행 통장은 거절하는 치밀한 수법을 보였다. 

 

금감원은 타인에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양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개인정보 유출이 의심되는 경우 바로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센터(국번 없이 1332)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빙자 사기에 대해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취업 포털에 사기피해 예방을 위한 배너광고 등 업무 공조 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각 대학의 교내신문 및 대학생 대상 언론 매체를 통해 취업 사기 예방을 위한 교육·홍보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시민감시단과 금융소비자 리포터 등을 통해 모니터링도 확대한다. 

 

김범수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채용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고용주의 요구사항을 거부하기 어려운 구직자의 절박한 심리를 사기범들이 교묘히 이용한 사례"라며 "체크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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