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필요 목소리도 높아

2일 정부의 한국형 양적완화 요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사진·이주열 한은 총재). / 사진=뉴스1

정부의 한국형 양적완화 요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한국은행 발권력으로 국책은행의 부실기업 정리 재원을 지원하자는 것. 특정 기업·산업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한국형 양적완화는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한 미국, 유럽의 양적완화와 차이가 있다.

 

한국형 양적완화 방법으로 한은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인수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한은이 산은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한은이 산금채를 직접 사들이려면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은이 산은에 출자하기 위해서도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국형 양적완화 도입에 반대했다. 기업과 산업 구조조정은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얻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는 것.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 설립 목표는 물가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한 것인데 현재 정부가 하겠다는 구조조정은 경제 살리기도 아니고 물가 안정도 아니다"며 "구조조정에 왜 한국은행 돈을 써야 하는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산금채를 사들이는 방안에 대해 "시장에서 소화가 어렵다면 산금채를 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안전한 채권이라는 인식이 있고 중앙은행이 나서서 사줘야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산은법 개정에 대해선 "정부가 추경 예산을 편성해 직접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국회 통과에 시간이 걸리는 등 여러 절차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한은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도 "구조조정은 정부 재정이 1차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며 "정부는 재정이 악화되고 국회 동의도 거쳐야 하니 손 쉬운 방법으로 한은을 동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형 양적완화는 무슨 문제만 터지면 한은에 손을 벌리는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양적완화의 절차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국형 양적완화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은의 발권력을 통한 국책은행 재원 조달은 반드시 국민적, 사회적 합의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며 "한은의 발권력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양적완화와 달리 일부 부실 기업에만 자금을 지원한다 해도 일단 발권력이 동원되면 통화가치가 떨어진다"며 "결국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고 국민들이 가진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한국형 양적완화 찬성 의견도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추경도 한계가 있다. 한은이 정부 역할이라고 가만히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은이 산금채를 사들이는 것도 나쁜 방안은 아니다. 유동성을 일정 부문 흡수하며 매입하면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은법 개정과 관련해 "법적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면 현재 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형 양적완화 도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조선과 해운업에 대한 국내 금융권 익스포저 60% 이상이 산은과 수은에 몰렸다"며 "자본확충 대상은 이 두 국책은행이다. 한은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국가 재정을 동원하는 방법 보다 신속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출자가 필요한 경우 산업은행법 개정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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