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일삼는 기업 이땅에 발 못붙이게 하자

임아무개(14)군은 2일 오전 11시10분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앞에 섰다. 사프달 대표가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소재 콘래드호텔 기자회견장서 사과문을 채 다 읽기도 전에 어린 소년이 휠체어에 탄 채 앞을 가로 막았다. 휠체어는 어머니가 뒤에 밀었다. 야구 모자에 야구 점퍼 차림의 소년은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임군은 이날 평생 자기를 죽음의 고통으로 내몬 악마의 실체와 마주했다. 만 2세부터 중환자실을 전전했다. 폐섬유화 탓에 호흡하기도 힘들었다. 지금도 폐는 30~40%밖에 기능하지 못한다. 2년 가량 기도삽관해 호흡하다 호흡 보조기구를 이용해 코로 호흡하고 있다.


사프달 대표는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피해자 가족 누구도 그 사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프달 대표를 향해 울분을 터트렸다. 욕설이 난무했다. 300여명 보도진이 몰리자 임군은 급기야 울음을 터트렸다.


옥시는 사건이 불거진지 5년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가족들이 옥시 한국 지사와 영국 본사까지 찾아가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지만 모른 척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소비자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자 뒤늦게 사과에 나선 것이다.


기자회견 내용에서도 일말의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프달 대표는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자회견이 늦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상안은 충분하지도 않았고 완전하지도 않았다. 패널을 구성해 이제부터 배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뿐이다.


옥시는 사과 대상인 피해자 가족들에게 기자회견 자체를 고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피해자 가족은 5~6명에 불과했다. 우연히 기자회견 일정을 알게 된 피해자 가족들만 참석했다.


옥시 제품 탓에 영유아 70여명이 죽었다. 살아남은 자는 평생을 죽음의 고통과 맞서 살아가야 한다. 부모는 자기가 가습기 살균제를 넣어 자기 자녀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한 살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옥시가 진정으로 사과하고자 한다면 찾아와 ‘내 자식을 내가 죽인게 아니다’고 말해라”고 울부짖었다.


일벌백계해야 한다. 옥시 같은 업체는 이 땅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제품 판매 전에 유해성을 인지한 자는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 ‘설마 사람까지 죽겠어’라고 생각한 회사 관계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 ‘유해성을 몰랐다’고 주장한 회사 경영진은 과실치사로 처벌해야 한다. 이번엔 철저히 처벌하자. 제발.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