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8월 발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촉각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한국 해운업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선박 / 사진= 한진해운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한국 해운업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기준으로 국내 1위 세계 8위 업체다. 국내 2위 현대상선은 이미 지난 3월 자율협약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국내 1,2위 해운업체가 모두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세계시장에서 한국 해운업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한국 해운업은 전세계 5위 수준이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무너질 경우 추락이 예상된다. 그러나 해운업 좌초에 안타까울 새도 없이 국내 기업 구조조정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6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기업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내놨다. 이번 방안의 골자는 경기민감업종과 부실징후 기업, 공급과잉업종 등 3가지 트랙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먼저 첫번째 트랙으로 경기민감업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조선업과 해운업이 지목됐다. 두번째 트랙으로는 부실징후기업을 구조조정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트랙에서는 공급과잉업종에 포함된 기업이 스스로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재편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례적인 산업은행의 출자 언급…하반기 구조조정 본격화 전망

 

이번 방안은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해운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채권금융기관들도 기존 구조조정 사례에서처럼 자율협약으로 희생을 감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는 두 회사까지는 손실을 떠안을 여력이 충분하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언급에서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확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금융기관들은 보유중인 채권을 손실 처리하게 된다. 채권을 들고 있는 은행들의 손실 부담을 볼모로 하는 대마불사식 구조조정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은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에 대비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대현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부행장)은 업무설명회를 열고 "지금은 예상할 수 없지만 정부차원에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자본확충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산금채를 매입하는 방식보다는 직접출자와 후순위채 인수가 도움이 된다"며 "법적인 문제는 별도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출자 방식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구조조정 자본확충과 관련해서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산업은행이 언급한 한국은행의 직접출자나 후순위채 인수는 한은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상위 기관의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언급하기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사전에 정부와 산업은행의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산업은행의 업무설명회 바로 다음 날인 28일 국책은행의 지원여력을 확충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원은 무차별적인 돈풀기식 양적완화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에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앞두고 한진해운 행보에 주목

 

정부의 발빠른 대응에 산업계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8월로 예정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자율협약 개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한진해운 측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산업은행은 자구계획안 보완을 요구하며 돌려보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자구계획안에는 용선료 협상 계획이나 오너의 사재출연 등과 관련된 내용이 부실해 보완을 요구했다.

 

현희철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2실 팀장은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때는 해보자는 의지와 계획은 있었다"며 "한진해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곳은 한진해운 자신일 텐데 한진해운에 적절한 용선료 수준이 얼마인지 향후 재무구조가 어떻게 되고 어떤 목표가 있는지는 보여줘야 논의라도 시작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자구계획안 보완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와는 별개로  국내 해운업체 중에서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협상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현대상선은 자율협약 개시 한달 전부터 용선료 협상을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전 오너 사재출연 암묵적 룰 되나

 

산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자구계획안에 기존 오너의 사재출연이 포함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와 국책은행 등에서는 회사가 위기에 빠지면 정부의 도움을 바라고 위기에 빠지면 손실은 피하려는 대기업 오너의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히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더구나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신청전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의 주식 처분으로 금융당국에서 조사가 진행중이다. 최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공시 하루 전인 지난 20일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본인과 자녀 보유주식 96만7927주(0.39%)를 매각했다. 

 

최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의 아내로 2006년 조 회장 별세후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아왔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사세가 기울고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2014년 경영권을 한진그룹으로 넘겼다. 

 

한진그룹과 유수홀딩스 측은 모두 이번 거래와 자율협약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서는 최 회장이 주식거래에 앞서 자율협약 신청 등 비공개중요정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조사중이다.

 

이미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은 오너가 직접 사재를 출연했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 자율협약을 개시하기 전인 올해 2월 유상증자 형식으로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이어 3월에는 현대상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한진해운에서도 사재출연이 이어질 경우 향후 구조조정에 돌입할 회사에게는 암묵인 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은 빨라야 오는 2일 이후에나 자구계획안 수정안을 다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기존 자구계획안의 내용과 비교해볼 때 추가하거나 보완해야 하는 내용을 마련하려면 1주일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구계획안의 실현가능성은 평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살릴 수 있다는 목표와 의지를 보여줘야 채권단도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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