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책임 커진 야당, 여당의 실패서 교훈 얻어야

4.13 총선의 결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국 구도가 국정 운영에 몰고 올 변화가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야권은 당장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부터 제동을 걸고 나설 태세다. 국민의당은 5월 29일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내에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등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역사 국정교과서 폐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공조제안에 즉각 의기투합하고 나섰다. 거대 여당 앞에서 수세적이던 야당이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발빠르게 공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데는 공천파동에서도 드러났듯이 유권자들은 안중에없는 것 같은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오만과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크게 작용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경제난에 대해 진지하게 해법을 제시하기는 커녕 국민의 고통을 아예 외면하는 듯한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국민 사이에 이심전심 번져 있었다. 제1당을 차지한 더민주의 ‘경제심판론’은 스펀지에 물 스며들 듯 이런 국민들에게 먹혀 들었다.

 

실제로 경제는 갈수록 악화일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달에도 전년동월대비 8.1%가 줄어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째 내리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내수도 신통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제분석기관들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기에 바쁘다. 올 성장률 전망치는 3%대에서 2%대로 대세가 바뀐지 오래고, 한은도 19일 결국 올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춰 수정했다.

 

청년(15~29세)실업률은 지난 2월 12.5%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도 11.8%로 연속 두자릿수를 보이면서 3월 실업률로는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번 총선에서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각각 4.4%포인트와 7.7%포인트씩 뛰어 올라 연령대별로는 가장 두드러지게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야당에 표를 몰아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월세값을 견디다 못해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쫒겨나는 전세난민이 속출하는 현상도 수도권에서 여당의 몰락을 낳은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오죽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1년에 약 10만명이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전쟁상황에 빗대면서 현재를 위기 상황으로 진단할 정도겠는가(3월 31일 한국사회학회 심포지엄).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재건축 연한 단축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연기,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 의 정책으로 시장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니 과연 여당에 표가 몰리겠는가.

 

이제 여야는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반영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경쟁에 매진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20대 국회의 주도권을 갖게 된 야당은 여당의 발목잡기에만 급급한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민생에 도움이 되는 것은 협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서비스산업은 고용의 보고라는 점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 입법은 전향적인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분배문제도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총선과정에서 제기된 최저임금 인상 논의는 저숙련 일자리일수록 우리나라의 임금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고 고숙련자와의 임금격차가 크다는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선거가 끝났다고 나몰라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몫이 커진 야당은 책임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 단순한 관전자요 비판자가 아니라 국정의 주도자가 됐음을 인식해야 한다. 개혁 입법이 좌절되고 경제가 어려워져도 군소 야당이라면 책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전혀 다르다. 

 

내년말에는 대선이 치뤄진다. 국민은 여야의 국정 운영을 똑똑히 지켜보고 냉정하게 심판할 것이다. 야당이 새누리당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국민의 기대와 동떨어진 행태로 일관한다면 내년말에는 새누리당과 뒤바뀌는 운명을 맞게 될게 뻔하다. 정치 구태를 깨끗이 씻어내 기업이 벅찬 희망으로 미래를 향해 신명나게 뛰면서 좋은 일자리를 왕성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국민에게 가깝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 준다면 또다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의 굴욕을 거울 삼아 환골탈태의 각오로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냄으로써 정권을 재창출할지,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새롭게 수권능력을 인정받아 정권을 새로 감당하게 될 지는 결국 자신들이 선택하는 행로에 달렸다. 여야 모두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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