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질이 당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리라

    사실 덕후들은 덕질을 하게 된 이후와 이전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을 종종한다. 덕질을 못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은, 덕후로 살아가는 생활이 얼마나 인생을 바꿔놓는지, 그로인해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얻는지 새삼 깨닫는다. 사람은 어떤 것을 선망할 때, 에너지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킨다. 젠킨스가 정치, 종교, 팬은 같은 정체성을 가진 커뮤니티임을 강조한 것은, 이 세 집단 모두 ‘행위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보면 젠킨스가 엮어낸 세 집단 중 유독 팬의 행위성을 가치 절하하는 경우들이 많다. 팬

  • LPG차 충전도 이제는 셀프로 바꿔야 할 때다

    LPG 차량에 대한 규제가 풀린 지 2년 가까이 지났다. 규제 완화로 인해 판매는 늘고 있지만, 제조사의 호응 부족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LPG엔진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LPG차 보급도 전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다. 관건은 국내 제조사의 의지다.얼마 전 기아차는 카니발 4세대 모델을 출시했으나 LPG는 빠져있었다. 카니발은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절대적인 차종으로 비교 대상이 없고 그만큼 많이 판매되는 차종이다. 여기에 LPG엔진을 달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가 LP

  • 일회성이 부른 욕망, 폴라가 대체 뭐길래

    소극장 뮤지컬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흥미롭게 관찰했던 현상 중 하나는 재관(같은 극을 여러번 보는 행위)을 하면 받을 수 있는 도장판이었다. 공연을 처음 보고 입장권을 부스로 가져가면 1회부터(2회부터 받을 수 있는 도장판도 있음) 차곡차곡 적립 도장을 찍어준다. 대부분 8회나 9회를 찍으면 도장판 하나가 채워지는 형태다. 뮤지컬마다 전략적으로 재관을 유도하는 상품들이 제공되는데 대부분 미공개 포토카드, 40~50% 할인권, 마지막으로 포토북이나 영상집을 제공한다. 재관을 계속해서 유도하는 혜택 중 하나가 바로 ‘폴라로이드 사진 증

  • 나의 취향을 추천한다, 콘텐츠 큐레이팅

    현재 팬덤에서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팬들의 생산적 활동은 과거엔 연구의 케이스로 쓰일 정도로 희귀한 일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나눔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들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던 건, 수용자의 입장이었던 ‘팬’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팬들은 ‘없으면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것을 모토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변에 확산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욕망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통해 점차적으로 가시화됐을 뿐, 그 전

  • 응답하라,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목요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정 작가과 신원호 감독의 작품이다. ‘누가 여자 주인공의 남편일까?’를 물으며 시작했던 ‘응답하라’ 시리즈는 실제로 레트로 콘텐츠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이었다. 그 당시 영화 ‘건축학개론’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첫사랑의 순수함을 이야기하며 흥행했고,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판매하던 90년대 추억의 주전부리 상품은 하루 500개가 모두 소진되는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그 순간의 기억들을 좇으며 레트로 콘텐츠를 소비해나갔다. 이후 ‘응답하라 199

  • 내 영혼은 대학로의 회전문에 갇혀있다

    주변에서 덕(덕후) 중 제일은 ‘뮤덕(뮤지컬 덕후)’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온 바 있다. 기본적으로 10대 때부터 아이돌 팬을 경험한 필자는 주변에서 N차(동일한 뮤지컬을 본 횟수)의 공연을 보는 뮤지컬 팬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같은 공연을 10회도 아니고 20회, 30회 심지어 40차 넘게까지 볼 수 있는지, 당시에는 경제적으로나, 체력적, 문화적으로 엄청난 소모성 덕질이 아닌가, 반문했던 것 같다. 몇몇 친구들은 최애 배우가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경우 소극장이 쉬는 날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대학로에 살다시피 했는데,

  • [기고] 보다 적극적인 재정투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위험으로 세계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는 가운데 한국경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일용직과 특수고용 노동자,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 어디에 집중돼야 하는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당초 정부는 2020년 본예산을 전년도 총지출 대비 약 37조원 늘린 512.3조원으로 편성했으나 코로나19 위기 대책으로 11.7조원의 1차 추가경정예산을 더했다. 긴급재난지원 목적의 2차 추경, 3차 추경도 이어질 예정이다. 이 정부 대책은

  • 셀럽들의 라이브방송, #TogetherAtHome

    예전부터 ‘안방팬’, ‘안방1열’과 같은 용어들은 팬들 중에서도 라이브 공연에 참여하지 않거나(혹은 못하거나), 영상에 나오는 셀럽들을 꾸준히 집에서(혹은 인터넷이 연결되는 모든 공간에서) 챙겨보는 팬들을 일컬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공연들이 대거 취소되면서 팬들은 비자발적으로 안방팬이 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집단감염 우려로 인해 사람들이 집 안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져 콘텐츠 소비 또한 실내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봄은 실내뿐만 아니라 야외공연도 많아지는

  • 열광의 대상은 서로 연관 관계가 있다

    10년 전 개봉해 미국 전역의 10대들을 열광적인 팬들로 만들었던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벨라’는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진 후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엄청난 힘을 가진)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며 에드워드에게 부탁을 한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서 ‘이방인’이 되는 길을 바라지 않는다며 그녀를 버린 채 도망가버린다. 결과적으로 벨라는 에드워드와의 사랑을 이루고 뱀파이어가 되지만, 트와일라잇의 초반부 설정은 인간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일과 그에 대한 사회적 반감에 대

  • 한해의 덕질을 돌아보며

    덕질의 스펙트럼은 얼마나 될까. 필자의 사적 경험에 따라 이전까지의 덕질을 헤아리거나 뒤돌아볼 때, 덕질의 대상을 제외하고도 우연히 겹치거나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내가 어떤 대상에 대해 덕질을 하게 돼 만난 사람들이 인생의 한 귀퉁이를 함께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취향의 공동체라는 것이(덕질 메이트) 자신을 이루는 정체성의 한 부분이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인생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취향이라는 것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타고난 것도 분명 있

  • 우한 폐렴으로 재조명되는 의료분야 ICT기술

    최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일명 ‘우한 폐렴’으로 인해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과의 왕래가 활발한 우리나라 역시 확진 환자가 속속 확인되기 시작하며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우한 폐렴의 집단 감염 가능성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초로 예측해 낸 캐나다의 한 스타트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우한 폐렴의 집단 감염 피해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한 것은 캐나다의 건강 모니터링 플랫폼인 ‘블루닷’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질병 경고 시스템이다. 이들은 1월 초 무렵에서야 우한

  • 팬들의 희열, 콘텐츠 수집가

    “이 좋은 걸 어르신들만 봤단 말인가.”KBS 정규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이 기획되기 전부터, 유튜브에서는 이미 씨름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조회수를 높이기 시작했다. 씨름은 전통적인 스포츠라기 보다 민속놀이에 가까웠고, 한동안 씨름 경기장에는 관중 또한 드물었다. 그러나 올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잘생기고 날렵한 씨름선수들의 영상이 한동안 화제가 됐고, 결국 ‘체급별 원픽은 하나씩은 있어야’한다는 씨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공중파에 편성된 것이다. 영상으로만 씨름을 접하고 그토록 직관을 바라던 다양한 연령대의 콘텐츠 수집가들은

  • 배달의민족을 통해 바라본 한국 스타트업 M&A, 그리고 국부

    올해는 국내 스타트업의 굵직굵직한 M&A(인수합병) 소식이 3건이나 있었다. 지난 9월 영국 CVC캐피탈에 인수된 여기어때, 이어서 10월 미국 코그넥스에 인수된 수아랩, 그리고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인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의 우아한 형제들 인수 소식이다. 인수금액으로만 따지면 여기어때가 기업가치3000억원, 수아랩이 2300억원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우아한형제들이 무려 약 4조7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사상 최대금액 인수 기록을 세웠다.여기어때와 수아랩 인수소식의 경우 그다지 논란

  • 플랫폼 비즈니스의 득과 실

    우리나라의 배달음식 시스템은 오래 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전화 한 통으로 30분 안에 따뜻한 짜장면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중국집 앞에서 오토바이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대기 중이던 10대 알바생들은 불량스럽기는 했지만 꼭 필요한 존재였다.하지만 요즘 돌아다니는 수많은 배달원들은 더이상 10대 불량 학생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중국집에서 시급을 받고 일하던 ‘알바생’도 아니다. 배달 대행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고 서로 경쟁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다.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배달 대행 업체들의 등장으

  • 레트로 퓨처, 소유와 구독 사이

    모든 것을 구독하는 시대가 열렸다. 구독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간행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현재의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디지털로 구독한다. 유튜브에서부터 OTT 서비스, 스트리밍까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실물 콘텐츠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일정 시간을 점유하고 휘발돼버리는 구독형태의 콘텐츠 향유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종이만화보다는 웹툰을 즐겨보고, 단행본보다는 전자책을 구독하거나 빌린다. 심지어 소프트웨어도 정기구독을 한다. 어도비는 클라우드를 이용해 매달마다 일정 금액을 결재하고 일러

  • 기업이 공연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

    최근 서울 혜화동 대학로서 연극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연출 이우천)를 관람했다. 연극은 요양원에 사는 79세 메르타 할머니가 요양원보다 환경이 더 좋은 교도소에 가기위해 요양원 친구들과 5인조 노인 강도단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할머니 판으로 읽히는 연극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스웨덴의 현실을 반영한 작품으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했다.무대는 간단했다. 배우들의 의상을 빼고는 대형 무대장치도 없고 크게 제작비가 들어가는 연극은

  • 영 어덜트(Young Adult),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에선 주체들

    요즘 부상하는 용어들 중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영 어덜트(Young Adult)다. 영 어덜트 라는 용어는 국내에선 덜 알려졌지만, 북미문학계에서는 꽤나 지분을 차지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영 어덜트란 보통 이제 막 성년이 된 사람 혹은 청소년을 뜻하고, 문학계에서는 청년과 청소년이 주요 소비층인 작품을 지칭하고 있다. 국내에선 청춘 영화, 청춘 드라마, 혹은 청소년 문학 정도로 분류된다. 국내 드라마 라인업에서 팬덤 형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원작이 있는(원작 웹툰 ‘어쩌다 발견한 7월’) IP 비즈니

  • ‘사만다’를 기다리며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국내 AI스피커의 보급대수가 800만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가 2000만 가구 정도 된다고 하니, 전체 가구의 40% 정도에 AI(인공지능) 스피커가 보급된 것이다. 이제 AI,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인한 삶의 변화를 국민들이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AI, IoT(사물인터넷), 5G(5세대 이동통신)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상징하는 기술들이다. 5G시대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사실상 이미 시작됐고, AI와 IoT 역시 서서히 각종 스마트 기기들을 통해 우리 삶

  • 많아도 너무 많은 국내 영화제

    10월은 전국적으로 문화행사가 많은 달이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영화제가 부쩍 늘었다. 경쟁적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대형 영화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영화제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인권, 환경,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비상업영화및,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주제의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가히 영화제 춘추전국 시대다.120억 예산의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필두로 20-30억 내외의 전주국제영화제(JIFF),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

  • ‘문화가 있는 날’에 만난 영웅들

    지난 25일 ‘문화가 있는 날’ 에 전쟁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봤다. 개봉 첫날과 반값 티켓 때문인지 제법 관객이 많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로, 영화관을 포함해 공연및 문화 행사장의 관람료를 반값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날이다. 극장에선 오후 5시~9시 사이 상영하는 영화를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한국전쟁 당시 전투에 참전한 학도병 이야기다. 북한군을 속여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킬 목적으로 펼쳐진 `장사상륙작전'을 다뤘다. 겨우 2주가량 훈련을 받은 772명의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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