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태구라는 캐릭터

    엄태구가 조용히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스윽 다가와서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커튼처럼 소리 없이 움직이며 어느새 옷도 갈아입고, 메이크업도 받았다. 그 모습을 보고 ‘원래 이렇게 조용해요?’를 첫 질문으로 해야지 마음먹었다. 그가 연기했던 의 하시모토나 의 김민철을 이렇게 차분한 사람이 어떻게 꺼냈을지 궁금했으니까. 성격대로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의 배우라면, 배우니까 드러나 보일 톡톡 튀는 달란트가 꽁꽁 감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여느 배우들과는 달랐는데, 그모습이 엄태구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 정화의 스케치

    배우 박정화를 만났다. EXID 정화가 아니다. 이제 그렇다. 가수 정화를 사랑했던 팬들은 아쉽겠지만, 정화는 다시 새로운 꿈 앞에 서 있다. 정화가 통과한 기억들. ‘EXID’로 추억되는 모든 순간들을 꺼내 이야기할 때는 잠깐 눈 속 깊은 곳에서 감정을 힘들게 고르기도 했다.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데굴데굴 굴러가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어쩔 수도 없이 길게길게 늘렸다. 인생을 극본의 1막, 2막으로 나누는 비유는 뻔하지만, 그래도 입에 붙는 이유는 인생이 꼭 그러니까. 선택과 과정과 변화와 사건의 연속이니까. 그런 뻔한 비유를 그녀에

  • 김하양 기자의 호연지기 캠핑의 이유

    기자로서 미디어와의 접촉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올해는 유독 심신이 지쳐서 쉬는 날이면 미디어를 멀리하고 밖으로 나가 몇 시간이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평선 너머 하늘 색은 분 단위로 달라졌고, ‘모기밥’이 되는 줄도 모르고 그 변화를 관찰했다.건축가 유현준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오락적 자극을 찾기에 자연으로 향한다. 우리의 주거 형태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었고, 지금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 등산을 자주 가고 골목길 상권을 찾는 이유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안은 항상 똑같

  • 명배우 손현주

    연기 장인 손현주. 그는 (2013), (2013), (2015), (2017) 등 영화와 SBS , KBS2 등 드라마를 오가며 독보적인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 세월이 올해로 29년이 됐다. 그는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BS2 수목극 의 막바지 촬영 중이고, 영화

  • 내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눈앞이 깜깜해 한 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멘토를 찾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을 지닌 멘토가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사이다 멘트를 날려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혜민 스님과 곽정은, 다니엘 튜더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해답을 찾을 것을 권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원하는 것을 알아채면 혼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그들은 이를 성취하는 방법으로 ‘명상’을 제시하며, ‘편안한 마음의 숲’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명상 심리 앱 ‘코끼리’를 론칭했다. 다니엘

  • 동물과 함께 사는 법

    사회 전반에서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이 대두되고 있다. 인간이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뜻이다. 최근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고래, 물개, 거북 등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킨 채 죽어간다는 소식, 환경을 생각지 않고 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인간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비극이 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운명이다〉展은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체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열렸다. 이

  • 근사한 인터뷰이 성동일

    배우들은 으레 영화 개봉에 앞서 언론 매체와 릴레이 인터뷰를 한다. 그는 최근 기자가 만난 가장 근사한 인터뷰이였다. 유쾌하고 솔직하며 무던하고 담백했다. 이 모든 것이 확고한 소신에 기반했다. 스페셜한 연기력만 봐도 보통의 내공이 아닐 거라 예상했지만, 그이상이었다. 적절한 비유와 그 전반에 깔려 있는 유머러스함은 주변의 공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성동일(52세). tvN 드라마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하면서 ‘국민 아빠’로 등극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연기엔 별다른 ‘장치’가 없다. 실제로 그것이 그의 연기 철학이기도 한

  • 까데호의 여름 기억

    정규 앨범명이 다. 여름휴가는 다녀왔나?태훈 얼마 전에 다녀왔다. 이탈리아로. 일찌감치 작년에 비행기 표를 끊어두고 휴가만 바라보면서 상반기를 아주 열심히 달렸지. 이제 하반기가 시작하는데 표를 하나 더 끊어야 하나 싶다. 지금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하하!정규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곡이 가득 찬 성실한 앨범이다.재호 정규 앨범이라고 해서 따로 곡작업을 하진 않았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쓰고 다듬은 곡들을 모아놓았다. ‘Freesummer’라는 타이틀도 열한 곡을 모아놓고 쭉 듣다 보니까

  • 프랑스의 여성 매거진

    GLOBAL PARIS 프랑스 여성 잡지는 18세기에 여성들만의 목소리를 담아낼 매체가 필요해 탄생됐으므로 사회적·정치적 이슈들도 자연스럽게 다루는 것이 전통이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여성 잡지들과 인터뷰를 자주 하면서 여성 투표자들의 마음을 얻기도 했다.이런 진취적 여성 잡지들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최근 태어난 잡지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이다. 잡지로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시네(Catherine Sinet)가 직접 만든 독립 여성 잡지다. 카트린 시네는 “여자들의

  • 50s wannabe woman 강수진의 오라

    강수진은 에디터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였다. 그녀는 부드럽지만 강한 오라를 냈다. 어떤 옷을 입어도 강수진답게 우아했기에 촬영장의 모든 이가 그녀에게 ‘입덕’했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15살에 발레를 시작해 3년 만에 ‘10만 명의 발레리나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에 입학했고,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발레리나로 거듭났다. 발레리나로서 최고의 길을 걷던 그녀는 50살을 앞두고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지금 그녀는 강수진답게 한 걸음씩 내딛으며 더욱

  • 메시지가 주는 힘, 바바라 크루거

    거대한 텍스트로 둘러싸인 공간,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압도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스스로를 페미니즘 작가라고 정의하는 크루거의 작품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정신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민감한 권력, 정치, 욕망, 젠더 등동시대 이슈에 대해 직설화법으로 질문을 던진다. 텍스트 안의 질문들은 마치 광고의 카피라이팅처럼 3초 만에 관객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비주얼로 승부하고 메시지로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사유하게 만든다. 작품의 메시지가 주는 힘은 현대사회의 보이지 않는

  • 판타지 인 모래내

    2007년 데뷔해 마지막 앨범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앨범 를 냈다. 뜬금없이 이 외딴 동네에서 무슨 일을 벌이느냐고 물었을 때, 조웅은 답했다. 도시인데도 도시 같지 않고, 서울인데 서울 같지 않은 공간이 모래내라고. 도시로부터, 사람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듯한 정서를 느끼고 싶었다고.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느낌은 늘생경했다. 늘 어디론가 떠나는 것 같은데도 현실을 도피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가오는 현상을 마주하고 더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만 같았다. 2017년에는 대만 타이난에

  • 고양이 ‘모그’의 엄마

    총 17권인 ‘모그 시리즈’의 모델이 된 고양이는 모그만은 아니다. 주디스 커는 이후로도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다. 그렇지만 첫 번째 고양이인 모그는 이름뿐 아니라 다양한 표정, 달걀과 생선 그리고 토끼 장난감을 좋아하는 취향, 머리카락을 핥는 특이한 습관까지 책의 주인공 ‘모그’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그 덕분에 모그를 자신의 고양이로 여기는 세계의 수많은 아이들을 가족으로 만들었다. 모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족이 많은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아닐까.모그도 죽고, 모그의 ‘엄마’인 주디스 커도 죽었다. 모그가 먼

  • 넘 버 원 봉 준 호

    봉준호 감독은 빈자와 부자, 결코 만날 일 없던 두 가족이 모여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 으로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잠시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짚어보자. 중산층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를 시작으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담은 , 골프장 개발이 이뤄지는 소도시에 사는 여성의 비극을 그린 , 계급사회를 열차로 풀어낸 와 공장형 축산업에 반대하는 를 지나 까지. 봉준호 감독은 작품을 통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세공해왔다. 물론 꾸

  • 영화 그리고 여자 "법대로 하자고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건 낙태법 위헌 소송 때다. 그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자유주의의 수호자, 낙태법을 비롯한 각종 성차별 법과 싸운 주인공이다. 그는 “여성 대법관이 몇명이면 만족하겠느냐”는 질문에 “9명 전부”라고 답한 적이 있다. 중요한 자리가 전부 남자에게 돌아갈 때 이상한 걸 못 느꼈다는 사실이 얼마나 이상한지 되물은 거다. 미국에선 이전에도 ‘RBG’란 이니셜로 불릴 만큼 유명했지만 최근 자유주의 진영의 위기감과 페미니즘 열풍이 거세지면서 대중문화계가 더욱 크게 그를 호명하고 있

  • ‘ 코 리 아 그 랜 마 ’ 박 막 례

    대한민국에 유튜브 열풍이 시작될 무렵, 그러니까 유튜버는 ‘끼’ 있는 인플루언서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때 ‘코리아 그랜마’가 나타났다.“염병하네!”라며 구수한 사투리를 내뱉고, 흥이 넘칠 땐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아이스크림은 팥 맛이 제일인 박막례 할머니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1947년생인 박막례 할머니는 어느 날 병원을 찾았다가 “치매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언니들이 치매로 고생하는 것을 본할머니는 겁을 먹었고, 손녀 김유라 씨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평생 아버지, 남편, 자

  • 김하양 기자의 fanta-地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

    tvN 에서 이연복 셰프가 한 공약으로 시작된 시즌3 미국편. 미국 사람들이 중독적인 코리안 푸드 맛에 행복한 표정을 짓노라면 내가 요리를 대접한 양 저절로 입꼬 리가 올라간다. 미국식 켄터키 프라이드치킨과 정통 핫도그에 도전장을 내민 결과는 5점 만점에 5점. 직접 맛본 현지인들은 양념과 간장(깐풍) 소스를 묻혀낸 치킨을 쪽쪽 빨아 먹고, 설탕을 뿌린 한국식 핫도그에 ‘먹어본 핫도그 중 최고’라는 찬사까지 보내왔다. 중간중간 LA 풍경을 보는 재미와 현지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보너스! 코리안 소울

  • 야무진 기대주

    부터 , , 그리고 앞으로 방영될 드라마 와 까지. 변우석이 모델에서 배우로 변신한 후 2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출연한 작품들이다. 성실하게 쌓아 올린 이력은 변우석이라는 신인 배우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지치지 않는 변우석에게 물었다. 변우석의 눈이 반짝였다.곧 방영될 tvN 드라마, 에 출연한다. 오디션 어땠나?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오디션 보고 나서 후회가 없을 정도로,

  • 엑스맨의 시작과 끝

    브라이언 싱어 감독으로부터 시작된 시리즈가 이제 20여 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려 한다. 파이널로 알려진 가 바로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이다. 피날레를 의식한 듯 이번 작품에는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니컬러스 홀트, 제니퍼 로렌스, 소피 터너, 제시카 채스테인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제 우리 시대의 은 최강의 적으로 등장한 ‘다크 피닉스’ 진 그레이와의 대결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가 막을 내렸더라도 또 다른 시리즈의 시작이

  • 뉴트로를 만드는 사람들

    HWAIIANSALAD 하와이안 샐러드 1950~60년대 미국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아주 옛날에 발간된 미국의 코믹북 보는걸 좋아하고, 실제로 작품들을 모으기도 한다. 또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마다 졸린눈 비비면서 봤던 디즈니 만화에 대한 향수가 있다. 특히 나 같은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인다.작품을 제작할 때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부분이 있다. 포스터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프린팅이 아니라 실크스크린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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