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하답게

    청하는 항상 바빠 보여요. 분 단위로 사는 사람 같죠. 왜이렇게 열심히 살아요? 저는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해요. ‘열심히’라는 단어에는 압박감이 있어요.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 그 압박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지난 2017년 솔로 데뷔 이후 길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마다 앨범을 발표했어요. 미니 앨범도, 싱글도 있었고요. 앨범 활동과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3년간 쉼표 없는 삶이었어요. 녹음하고, 제작하고, 발매하는 일이 앨범 하나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하지만 앨범 관련해서 지쳐본 적은 없어요.

  • 개는 훌륭하지만, 우리는 아직 멀었다

    화보 촬영은 난생처음인데 어땠나? 정말이지 너무 쑥스럽다. 훈련사가 언제 이런 걸 찍겠나. 늘무지 티셔츠만 입는 사람인데.오늘 반려견 바로와 함께 화보를 찍자고 했을 때, 먼저두 가지 약속을 하자고 했다. 개를 부르거나 억지로 쳐다보게 하지 말 것, 인위적인 포즈를 취하게 하지 말 것. 반려견을 동반한 촬영을 종종 하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개들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 그게 아름답다. 사진 촬영은 인간이 원하는 거니까, 그들과 함께하려면 보호자와 놀 듯이 해야지, 강요하면 안 된다. 아직도 반려견을 같이 살아가는

  • 지금 아시아 음악

    88 라이징은 아시아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7일 ‘아시아 라이징 포에버(Asia Rising Forever)’를 개최했다. 한국 음악계를 주도하는 아티스트들도 포함됐는데 어떤 페스티벌이었나?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88 라이징의 음악을 비롯해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온라인 콘서트를 기획했다. ‘아시아 라이징 포에버’는 최초로 아시아 아티스트만이 참여한 온라인 뮤직 페스티벌이다. 아무래도 세계의 음악 시장은 미국과 서구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번 페스

  • 초여름 소설

    ① 김봉곤김봉곤의 소설은 여름 초입 같다. 잎사귀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수런수런 울리고, 문이 열리면 아찔한 빛이 쏟아져 환해지는 계절. 화자는 한 시절, 누군가를 만나 그를 통과하며 변화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 그 시절을 환기하며 현재와 과거를 잇는다. 시차에서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지만 이내 자신이 통과한 것들을 선선히 끌어안는다. 그렇게 발굴된 시절은 곧 그의 소설이 된다. 작가의 말에 “나는 나의 삶을 쓴다. 그것이 내 모든 것이다”라고 썼듯, 김봉곤의 소설은 자기 고백적이다. 섬세한 언어로 생생하게 쓴

  • 어른의 문턱을 밟고

    JRJR은 배움의 맛을 깨달았다. 밤의 기억 은 밤을 표현한 앨범이다. 앨범 작업 중 밤에 유독 영감이 자주 솟았다. 연습 끝나고 걸어갈 때에도 하늘을 쳐다봤다. 어제와 다른 달의 형태를 유심히 보았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자 했고, 감정에 예민하게 스며든 순간을 기억했다. 언젠가 다시 꺼내 보리라 하면서 어떻게 사용할지도 상상했다. 기억에 새겨진 밤의 순간들에 상상을 더하며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선택은 신중하게 사회생활을 일찍 한 편이다. 어린 나이에 사회란 어떤 곳인지 빨리 알게 된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 회화를 다시 보며

    클레어 타부레 프랑스 출신 화가 클레어 타부레는 외국 컬렉터 사이에서 뜨거운, 소위 말하는 동시대 아트 신에서 ‘잘나가는 회화 작가’다. 현재는 미국 LA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로 인물화를 그리며그 내면이 얽힌 인간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 을 2019년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과는 정반대인 사람들의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 작품 세계를 유영하던 중바이러스가 창궐했다. 도시는 적막하고 메말라갔으며 사람들 간에 소통의 부재가 생겨났다. 그로 인해 그녀의 작

  • 음악 연구가

    한쪽 구석에는 책을 쌓아두고 고글을 쓴채 기괴한 실험을 벌이는 과학자. 두터운 안경을 코 위에 얹은 진중한 모습. 밴드 ‘루시’를 탐구할 때 떠올린 것들이다.루시는 음악을 연구한다. 그들의 연구실 아니 합주실 풍경은 이렇다. 신예찬은 활로 바이올린을 문지르고 조원상은 베이스 기타 줄을 긁는다. 신광일은 드럼 스틱을 돌리고 최상엽은 악보집을 든 채목소리를 얹는다. 스튜디오에서 소리만 찾을 것 같던 그들에게 최근 변화가 생겼다. 곧 앨범이 발표되는 것. 논문 발표를 앞두면 긴장하던데, 이들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 읽을 책이 이렇게 많은데

    1 로베르토 무질현대 독일 문학 작가 로베르토 무질의 단편 세 편이 실린 연작 소설집이다. 인간과 역사, 시민 사회, 현대 문명에 대한 회의를 기반으로 서양의 몰락을 예감하던 무질은 당대엔 주목받지 못했으나 사후 재평가 받은 작품들을 써냈다. ‘그리지아’의 주인공은 원시 공동체에 가까운 시골 마을을, ‘포르투갈 여인’은 중세 봉건제 사회를, ‘통카’는 현대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며 세계와 나의 관계, 인간 사회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밀란 쿤데라의 사유와도 닮은 흥미로운 연작 소설들이다. 2 임솔아‘내가 위험하

  • 중계 대신 다큐

    ① 빡빡이들의 도전, 아르헨티나 축구의 자존심 보카 주니어스의 2018 시즌을 담았다. 팀의 주장 페르난도 가고와 공격수 베네데토의 부상으로 어려워진 시기, 레전드 플레이어 카를로스 테베스를 영입하며 시작된다. 불안을 안고 시작한 시즌 첫 경기는 완초페의 골로 승리한다. 다시 돌려 봐도 전율 돋는 경기. 팀의 스타 카를로스 테베스는 아침에 누굴 만날까? 경기 전 선수들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까? 경기장 안과 밖을 오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귀여운 점 프랑크 파브라와 윌마르 바리오스가

  • 트로트 삼인삼색

    임영웅의 영웅 서사(이하 )은 매주, 매회 뜨거웠다. 안 그래도 흥이 많은 민족인데, 구성진 트로트 가락에 빠져들기 시작하니까 도무지 멈출 수 없는 현상이 됐다. 결국 이뜨거운 경연의 우승자는 임영웅이었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엄마와 딸이 BTS를 함께 좋아하는 건 종종본 적 있지만 손녀와 할머니가 트로트 아이돌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건 2020년의 새로운 팬 문화다. 의 우승자 송가인이 대한민국에 트로트 불을 지폈다면, 의 우승

  • 안 효 섭 의 청 춘

    안효섭은 지금 가장 핫한 라이징 스타다. tvN 드라마 (2015)로 데뷔한 그는, 이후 조연에서 주연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공중파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무엇보다 SBS 드라마 에서 대선배 한석규를 상대로 ‘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무난히 잘해냈다.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요? 애초에 제가 이 작품에 합류한다는게 신기했어요. 돌담병원 식구들, 특히 한석규 선배님과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떨리고 설레었거든요. 이 좋은 작품에 내가 함께하다니,

  • AI 소설을 읽은 비평가들

    ① 무표정한 사람들무표정한 사람들과 인간의 몫1994년 아틀라스 게임즈에서 이라는 카드 게임을 발매했다. 이 게임은 카드에 적힌 단어로 이야기를 만드는 놀이로, 들고 있는 모든 카드를다 내려놓고 엔딩 카드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인물, 상황, 사건, 장소, 물건 등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는, 동화에 등장할 법한 낱말이 담긴 카드 1백12장과 엔딩이 적힌 56장의 카드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까닭은, 이야기가 일정한 규칙과 형태소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를 연구한 이가 러시아의

  • 회화의 시대

    리누스 반 데 벨데 Rinus Van de Velde리누스 반 데 벨데(1983년)는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벨기에 작가로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광범위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거대한 크기의 목탄 페인팅이 대표적 작업으로, 작가 자신을 포함한 실물 크기의 인물 또는 상황과 풍경을 그려낸다. 대상의 특징을 관찰하고 이에 대한 작가의 감정을 가느다란 목탄으로 섬세하게 다루어낸 작품에서는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거친 필치가 돋보인다. 또한 목탄이라는 하나의 재료만으로 다층적인 질감과 풍부한 깊이를 표현해내며 높은 완성도를 구

  • 심이영의 봄

    데뷔 이후 신선한 마스크와 꾸준한 연기력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온 배우 심이영. 데뷔 20년 차 되던 지난해,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로 연기대상 장편 드라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그녀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이다. 드라마 촬영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머지 시간에는 4살, 7살두 딸아이의 육아에 전념하는 모습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여느 워킹맘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카메라가 켜지자 이내 돌변하는 그녀는 역시 천생 배우다.오늘 화보 촬영에서 평소와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줬어요. 찰칵, 셔터가 눌리는

  • 유튜브 성적표

    ① 축구 선수 김병지 구독자 328,000명 | 조회수 76,559,130회꽁병지TV 섬네일 어그로 ★★★★ 편집 ★★★★ 유머 ★★★ 정보 ★★★★☆그의 시그너처 꽁지머리를 따 이름도 ‘꽁병지TV’다. 구독자 32만8천 명을 보유한 그는 축구를 중심으로 하되 콘텐츠에 한정을 두지 않는다. 구독자와 축구 대결하는 ‘지구특꽁대’는 평균 조회수 백만을 넘는다. 직접 찾아가 대결하고 선물 주는 ‘런치어택’은 꽤나 신박하다. 깨알 재미와 진행 능력은 하프라인을 넘은 지 오래다. 시대를 앞서간 골키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② 농구 선

  • 문별의 본모습

    두 번째 솔로 앨범이 나온다. 기분이 어떤가? 즐겁다. 꿈꿔온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앨범은 대중이 신선하게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 여자 아이돌이 이런 장르를 한다고? 놀랄 것도 같고.문별도 그렇지만 마마무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대에서 보여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티스트답다는 인상을 받았다. 솔로가 아닌 이상 그룹에서 내 이야기를 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마무에서는 꾸준히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 다양성,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다. 수록곡 하나에도 멤버들의 의견이 들어가고, 각자의 삶을 담을 수 있었다. 그

  • 공학 영감 서(書)

    에코의 서재개발자는 소프트웨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기존의 것과 다르게 만들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창조의 영역인 것이다. 은 우리에게 필요한 창조의 역량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뉴턴, 다빈치, 아인슈타인과 같이 창조성으로 삶을 바꿔놓은 이들의 공통된 특징을 기반으로 13가지 생각 도구를 소개한다. 천재들의 생각을 엿볼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책이지만 더 멋진 건 그들처럼 사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데 있다. 평범한 것에서 비범한

  • 초통령 말고 도티

    도티는 똑똑한 괴짜다. 오로지 내신성적으로만 연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고, 불모지였던 유튜브에서 250만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유튜버가 됐다. 지금은 카피추, 유병재, 흔한남매 등이 소속돼 연 매출 600억원을 달성한 크리에이터 전문 기획사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공동대표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문제집을 푸느라 정신없을 때 그는 교무실을 찾아 선생님들의 책상을 훑어봤다.선생님들이 시험 문제를 내는 데 참고하는 문제집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대학생 때는 더괴짜였다. PD 지망생인 그는

  •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 슈퍼스타의 슈퍼 매니저

    은행원 출신인 손석우 대표는 음반 프로듀싱의 꿈을 안고 처음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뛰어들었다. 그 옛날 잘나가던 기획사 백기획, 싸이클론, 플레이어, 팬텀을 거쳐 2001년 톱스타 이병헌과 함께 B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올해 22년 차가된 그는 인성과 지성, 인간미까지 겸비해 업계에선 ‘이상적인 매니저의 표본’이라 불린다.그가 수장으로 있는 BH엔터테인먼트는 이병헌의 1인 기획사로 시작해 현재 한효주, 한지민, 진구를 비롯해 김고은, 고수, 이진욱 등 25명의 배우를 거느린 대형 기획사다. 아이돌 가수를 키우는 대형 가수 기획사를

  • 마이너스 삶

    같은 것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대화를 통해 이런 점을 알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에디터가 영화, 책, 전시를 비롯한 문화를 즐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최근〈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이하 ‘핀란드 디자인 역사’)〈,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이하 ‘바우하우스’)’, 앨런 플레처 회고전〈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이하 ‘앨런 플레처’) 전시에 다녀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들 전시를 찾는다면, 어떤 다른 감상을 받게 될까? ‘핀란드 디자인 역사’는 핀란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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