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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윤식당 연출 이진주 PD “여행객의 환타지 담은게 주효”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공동연출자 이진주 CJ E&M PD가 4월2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서 시사저널e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이진주(31) CJ E&M PD는 '윤식당'의 공동연출자다. 윤식당은 인도네시아 발리 길리 트라왕안 섬에서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등 배우 4명이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을 담은 tvN 예능프로그램이다.​ 이진주 PD는 나영석 PD라는 그늘이자 우산 밑에서 일하지만 윤식당만큼은 이 PD 아이디어인지라 연출을 주도하고 있다. 

 

윤식당 6회분(28일 오후 10시 방영)은 시청률 14.1%(닐슨코리아 집계)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CJ E&M 자체 집계 시청률은 16%다. 시쳇말로 ‘대박’이다. 케이블채널 예능 프로그램이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동시간대 1위에 오른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이진주 PD는 자기가 무엇을 해냈는지 실감하지 못한다. 그는 늘 그랬듯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해당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일부 매체가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진주 PD는 그 낯선 인터뷰 요청들이 쑥스러울 뿐이다. 


이진주 PD는 고려대 국문학과 05학번이다. 처음부터 방송국 프로듀서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시사주간지에서 인턴기자로 일한 적도 있다. 당시 환영 회식서 판소리 수궁가를 불렀다. 제법 피아노도 치고 화성학을 독학해 작곡까지 한다.  아무래도 기자보다는 프로듀서가 제격이다.

인턴기자를 마치고 CJ E&M PD 공채 1기 시험에 합격했다. 입사 초기 음악프로그램 PD를 맡고 싶었다. 기대와 달리 부자의 탄생, 완판 기획 등 창업 관련 프로그램의 조연출을 맡았다.  이진주 PD​는 신입 시절 촬영 비용을 정산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에겐 숫자와 실물의 관계가 낯설다. 조연출 시절엔 하루 종일 편집실에서 편집기기와 씨름하며 보냈다. 


이진주 PD의 운명이 바뀐 계기는 2013년 나영석 PD와 만남이다. 나영석 PD는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최고 인기프로그램으로 만든 스타 연출자다. 그는 KBS를 떠나 CJ E&M에 이직했다. 이진주 PD는 나영석 PD팀에 합류해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정선편 등 제작에 참여했다.

시사저널e는 28일 토요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서린동 소재 SK 본사에서 이진주 PD를 인터뷰했다. 주중 내내 윤식당 촬영분을 편집하느라 편집실에서 보내는 탓에 이진주 PD는 주중에 인터뷰 시간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이진주 PD는 휴일에 인터뷰를 잡은 것을 취재진에게 미안해 했다.


나영석 PD와 역할 분담은.

연출자가 기획안을 내면 나영석 PD가 확인한 뒤 결정한다. 나영석 PD는 후배 연출자들의 자율성을 인정한다. 후배가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무시하거나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지 않는다. 나영석 PD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던져준 사람이다. 정체성을 찾아줬다고 해야할까. 수년간 팀에서 배운 게 많다. 그 바탕 위에서 모든 것이 가능했다. 나영석 PD, 조연출, 작가, 스태프 없이는 불가능했다.  

 

기획안이 채택되면 회의의 연속이다. 1, 2차 답사를 다녀오기도 한다. 윤식당 기획 초기에 메뉴를 많이 고민했다. 한식해야 하나, 여행객 상대로 관광지 음식을 팔까. 현지에는 파스타, 볶음밥 같읕 메뉴를 많이 판다. 우리가 그 가게들과 경쟁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영석 PD와 함께 한식당하기로 결정했다.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출연진 / 사진=tvN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등 여러 프로그램을 나영석 PD 팀과 함께했다. 팀워크는 어떤가.

팀은 연출진 7명 포함 30여명이다. 팀워크는 좋다. 또 좋아야 한다. 우리 팀은 연속성이 장점이다. 보통 프로그램이 끝나면 PD, 작가, 출연자들이 흩어진다. 우리는 시리즈별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금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작하는 것이 목표다. 팀은 A와 B로 나눠져 있다. 신혼일기를 방영할 때 다른 팀은 윤식당을 준비하는 식이다. 계속 함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지애가 싹튼다. 워낙 오래 해외서 촬영하다보니 사이가 끈끈해진 것도 있다.

메인 작가 김대주 작가와 호흡은.

 

나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면이 있다. 반면 김대주 작가는 침착하고 차분하다. 1박2일, 응답하라1994 등 작가로서 경험도 풍부하다. 이에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마다 상의하기 편하다. 난 김대주 작가의 말을 신뢰한다.


신구, 윤여정, 이서진 등 이전 프로그램에서 낯익은 얼굴이 윤식당에도 출연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고 싶었다. 윤식당은 새로운 기획이다. 꽃보다 시리즈나 삼시세끼와 다르다. 새로운 그림,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면 신선하긴 할거다. 그러나 초반에 캐릭터를 설명하고 관계를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다보면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 내용을 다 담기 어려워진다. 익숙한 캐릭터가 다르게 행동할 때 시청자들은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나온 사람 또 나온다’는 말이 나온다. 프로듀서로서 모험보다 안정에 비중을 두되 둘 사이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출연자들은 어땠나. 특히 윤여정, 신구 등 대배우들과 호흡 맞추기 힘들지 않았나.

신구, 윤여정 선생님에게 권위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팀 막내까지 똑같이 대한다. 스태프들이 편하게 대한다. 신구 선생님은 꽃보다 할배를 함께 다녀와 아는 스태프도 많았다. 윤여정 선생님은 언니 같다. 참 닮고 싶은 분이다.

 

이진주 CJ E&M PD는 윤식당 성공비결를 제작진 팀워크 덕으로 돌렸다. / 사진=이철현 기자

시청자들은 윤식당을 보면 ‘힐링’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기획 단계부터 힐링을 염두에 뒀나.

연출자들 생각이 다르다, 나영석 PD는 힐링을 생각했을 수 있다. 난 ‘재미겠다’고 생각했다. 외국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기획 회의를 진행하면서 ‘이게 대체 프로그램이 되겠나’는 회의론도 나왔다. 윤식당을 연 장소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답사할 때 스태프들이 ‘천국같다’고 말하더라. 풍경과 분위기가 시청자에게 호소한 듯하다. 일부러 어떤 지역인지 티나지 않게 편집했다. 지구 어느 구석에 있는 환상의 섬을 만들고 싶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다.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출연진이 좋다. 섭외를 끝냈을 때 어느 정도 되겠다 예상했다. 목표 시청률은 7~8%였다. 생각보다 너무 잘됐다. 우리나라도 이제 여행 문화가 무르익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한두번 이상 여행 경험이 있다. 여행을 다녀온 이는 여행지에서 살고 싶다 생각한다. 시청자는 바삐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휴식을 원한 듯 하다. 윤식당을 보며 ‘저렇게 살아보면 어떨까’라며 꿈꾸는 것이 아닐까.

한식 메뉴도 한몫했다.  사람은 익숙한 맛을 좋아한다. 반면 윤식당에 나온 음식을 보고 ‘내일 해먹어봐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발리와 롬복에 한식당이 있을 정도로 한식이 인기다. 롬복 공항 식당에선 파스타, 샌드위치와 함께 불고기도 판다.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공동연출자 이진주 CJ E&M PD가 4월2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서 시사저널e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한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은 없었나.

신기하게도 한식을 싫어하는 외국인이 없었다. 외국인이 김치를 달라고 말하면 머리가 쭈뼛섰다. 1호점에서 한 외국인은 ‘코리안 푸드’라고 먼저 알아보기도 했다. 한국어에 유창한 외국인을 보는 느낌이었다. 지금에야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이 많다. 비정상회담 등 한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외국인들도 있다. 예전엔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보면 마냥 신기하지 않았나. 그런 느낌이다. 우리 문화권에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 자체가 기분좋은 일이다. 나중에야 ‘김치를 찾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을 일인가’라고 웃었다. 


외국인들이 TV 프로그램인지 알던데. 

방송에 나온 외국인은 촬영하는 지 알고 있다. 일부러 촬영을 설명하진 않았다.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고 판단했다. 손님이 들어오다 가까이 있는 스태프에게 카메라에 대해 물어보면 답은 해준다. 대부분 외국인들이 스스로 촬영을 깨달았다. 촬영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불편해하는 손님은 편집했다. 라면을 맛있게 먹었던 독일 손님도 촬영을 불편하게 여겨 편집했다. 

 

이진주 CJ E&M PD는 출연진이 욕먹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말했다. / 사진=이철현 기자

장갑, 머리망 등 위생 문제나 번역 열정페이 논란이 있었다.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좋아하니까 지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PD 입장에선 출연자들에게 더 신경썼어야 했다. 윤여정 등 출연자가 구설수에 오르는게 마음이 아프다. 출연자들은 상황에 몰입하다보면 다른 건 신경쓰지 못한다. 세심한 부문은 스태프들이 챙겼어야 했다. 다음에 함께 하면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겠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번역 열정페이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프로그램은 PD와 작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 이 프로그램을 어디에 편성할지, 어떻게 홍보할지 고민하는 이가 많다. 제작진 외에 이분들 역할도 중요하다. 오해를 진화하기 위해 (이분들이) 애썼다. 윤식당이 침몰하지 않고 잘 항해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손님이 몰리거나 재료가 떨어지는 돌발상황이 생기면 스태프가 지원하나. 


조용히 기다린다. 도울 수 있는 건 돕지만 굳이 화면 안에 들어가서 개입하진 않는다. 튀김기가 고장이 났다거나 위험한 상황에서는 스태프들이 나서서 돕는다. 제작 초기 제작진과 출연진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윤식당은 가능하면 출연자들이 스스로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봤다.

전작들과 달리 스태프가 화면에 나오는 경우가 적었다. 


메인 연출자 취향에 따라 다르다. 나는 스태프가 빠지는게 출연자끼리 친밀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식당은 전작인 삼시세끼와 다르다. 삼시세끼는 한 장소에 출연진과 제작진이 들어가 있다. 반면 윤식당은 홀, 주방 등 섬세하고 정교하게 위치를 잡고 있어야 한다. 사방팔방 스태프들이 서있을 수는 없었다. 각자 맡고 있는 역할도 있다. 나는 현장에서 주방을 담당했다. 아무래도 배치된 장소가 있다보니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

배민프레시에서 윤식당 음식들을 팔기 시작했다. 사전에 기획했던 건가. 


아니다. 프로그램을 만들면 나중에 PPL(영화, 드라마 등에 상품을 등장시켜 간접적으로 광고하는 마케팅 기법)이 들어온다. 기업이 윤식당 영상을 광고에 쓰고 싶다고 요청하면 회사가 제공한다. 윤식당과 배민프레시와 협업도 그런 방식이다. 일종의 풋티지 광고(footage advertisement,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영상을 광고로 활용하는 기법)다. 


시즌 2 계획은.

시즌2 관련 어떤 회의도 갖지 않고 있다. 그럴 시간이 없다. 시즌2를 한다면 어떤 점을 보완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명확해졌다.  

이진주PD 개인 목표는.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 PD도 여러 유형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밀어 붙이는 사람도 있고 시청자가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다. ​PD에겐 시청자의 반응이 즐거움이다. 요리사 개인 취향이 아닌 사람들이 맛있어하는 음식을 내놓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 예전엔 내 취향이 확고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해보니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PD로서 잘하는 것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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