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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7일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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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도와 능력

삼성 내부문서 공개 이후는 '법의 영역'

"회계에서는 어떤 사건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의도(Intend)와 능력(Ability)이 필요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중대한 분기점을 돌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삼성 내부 문건 공개가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 속에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한 삼성 그룹의 내부문서를 공개했다. 지난 2015년 8월 12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내부 문서에서는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와 관련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관련 자료를 받아본 자리에서 기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은 바로 회계학 수업 첫시간에 들었던 기업의 의도(Intend)와 능력(Ability)이다. 공개된 자료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몫이지만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삼성의 의도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자료는 치명적이다.

 

고급회계에 속하는 자회사 회계처리와 관련한 분식회계 의혹을 회계원리 시간에 언급되는 기본중의 기본에 빗대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기본보다 중요한 원칙을 찾기 어렵다. 지금 적용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에서는 매출액의 인식 뿐만 아니라 자산의 상각이나 자산의 리스처리 등에서 단편적 기준보다는 기업의 실제 의도와 그 의도를 현실화할 능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았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기업의 의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 기반하고 있다. 삼성 정도 되는 기업 집단이라면 회계처리와 관련한 판단 능력은 충분하다. 그룹 내부에 포진한 회계사와 변호사등 전문 인력은 별도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을 만들어도 될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하반기 바이오에피스를 종속 자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서 지분 가치를 재평가했다. 종속회사일 경우 취득원가로 약 3000억원의 가치로 표시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정시장가로 재평가해 4조80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덕분에 4년간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9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흑자기업이 됐다.

 

회계처리를 변경하게 된 이유가 삼성 측의 주장대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능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변경이었다면 분식회계 의혹은 의혹으로 남은채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상장 과정에서 자산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내부 문서는 이 같은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일단 증거는 나왔고 이제 그 증거가 실제 삼성 측의 의도를 대표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회계의 영역이 아니라 법의 영역이다.

 

금융투자 분야를 담당하다 보면 주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제 회계나 가치평가 등 증권 분석의 영역을 넘어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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